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스스로를 ‘낙하산’이라고 칭한다. 박근혜 정부가 단행한 첫 번째 공기업 기관장 인사인 탓에 낙하산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이를 부인하지 않고 정면 돌파, 결과로 인정받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혀 왔다. 이에 올해에는 흑자경영 기반을 재구축하기 위해 내실 위주의 질적 성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경영전략을 밝혔다.
홍 회장은 24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내실경영, 현장경영, 투명경영, 책임경영 등 스스로 내부 혁신을 강화하고 실용적 업무관행을 정착시켜 나가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재무안전성 제고 노력을 통해 내실 위주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계열 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제고해 흑자경영 기반을 재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최악의 경우 산은이 1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낼 수도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정책금융기관 맏형답게 경영 펼칠 것” = 홍 회장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재무안전성 제고를 다짐했다. 그는 “STX그룹 구조조정 추진과 과거 시장안전판 역할 수행에 따른 손실 발생으로 13년 만에 대규모 적자가 예견됐다”며 “STX 구조조정 등은 수익 및 리스크 관리의 문제점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계열전담 심사체계 구축, 관리대상 계열 제도 활용 등을 통해 계열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산은 출범과 공기업 정상화 대책 등에도 만전을 기하고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특히 홍 회장은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의 맏형답게 대한민국 금융산업과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산은의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홍 회장의 경영전략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그는 “벤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지적재산(IP) 금융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의 성장판을 활성화하는 창조경제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우리 경제의 판을 키우기 위한 해외시장 개척도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도 밝혔다. 그는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해외 유망기업에 대한 투자·협력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과 함께 창조경제의 외연 확장에 힘써 우리 경제의 판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남아시아, 중동 등 국내 기업의 관심이 높은 지역으로 동반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아프리카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시장 선점과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KDB가 선도적으로 투자대상을 발굴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에게 올해 최대 과제는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합이다. 당초 오는 7월 통합 산은이 출범 예정이었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일정이 다소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 회장은 “3개 기관으로 분리됐던 산업은행을 올해 다시 통합하는 새 미션을 갖고 출발하는 원년”이라며 “통합 산은 출범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 지난해보다 성장세 탈 것”= 홍 회장은 올해 세계경제 전망과 관련,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성장세가 완만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유럽도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는 등 글로벌 경기의 점진적 개선이 예상된다”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역시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전년보다 높은 3% 중후반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침체를 면치 못했던 기업의 설비투자가 회복되고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상승 여파 등으로 인한 경제 여건 불안정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홍 회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 리커노믹스로 대변되는 중국의 경제개혁 강화로 인한 중국 성장률 둔화,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약세, 경제구조가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위기 가능성 등 하방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대내·외 환경변화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올해 국내 금융시장의 화두 및 시장의 동향에 대해서는 잠재적 부실 위험이 여전히 상존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매월 850억 달러씩 집행 중인 양적완화 규모를 올해 1월부터 750억 달러 규모로 축소 시행한다”면서 “아직은 우려와 달리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지만, 이머징마켓에서 국제적 유동성이 급격하게 유출되면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시장의 경우 3대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잠재적 부실 위험이 여전히 상존해 있다고 진단했다. 홍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 가속화 등으로 국내 회사채 시장 위축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 은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