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제철이 안전관리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고용노동부가 당진공장을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지정해 집중관리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현대제철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5시 10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53)가 2~3m 아래 냉각수 웅덩이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김씨는 전신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이달 23일 오후 결국 숨졌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슬래그 처리와 관리를 맡고 있는 김씨는 사고 당시 슬래그 냉각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안전 난간대로 이동하다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당진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 전로제강공장에서 아르곤가스 누출로 하청업체 직원 5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엔 가스 누출사고로 현대그린파워 노동자 1명이 사망, 8명이 다쳤고 12월에는 철근제강공장 지붕 위에서 정기 안전점검을 하던 현대종합설계 소속 직원 1명이 추락해 숨졌다. 지난해 이 공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모두 8명에 달한다.
연이은 사망사고에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안전관리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안전관련 투자예산 1200억원을 확보해 집행하기로 결정했으며 100명 수준의 안전관리 전담 인력을 15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어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최봉철 안전환경본부장, 이성윤 생산본부장, 이재곤 정비본부장 등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달 충남 당진경찰서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현대제철 안전사고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한 달 새 두 번이나 벌이기도 했다. 이후 노동부는 이 공장을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상설감독팀을 파견해 공장에 상주시켰다. 그러나 이후에도 협력업체 직원 1명이 풍구 누수 보수 작업을 마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고, 이번 추락 사고까지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전관리종합대책 수립 이후 공장에 대한 매뉴얼을 짜놓은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어떤 부분이 미비하고 부족했는지 등 사고 원인을 확실하게 파악해 더 강화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