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뒤를 잇는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의 온라인 미디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올해 웨어러블 기기 판매대수가 1억 대를 넘어서고 2018년에는 3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시장이 막 형성됐다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안경, 시계, 밴드 등 다양한 형태로 공개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의 대표적 제품은 시계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각각 ‘갤럭시 기어’, ‘스마트 워치’를 내놨고 애플도 올해 안에 ‘아이워치(가칭)’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기어에 이어 올해 ‘갤럭시 기어2’를 공개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3월경 갤럭시 S5를 공개하는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기어2를 함께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수명 등 전작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대폭 개선한 후속작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전작인 갤럭시 기어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9월 말 출시된 지 3개월여 만에 1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이에 맞선 애플의 아이워치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아이워치가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제품에 대한 루머는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일(현지시간) 애플이 스마트워치인 ‘아이워치’를 올해 출시할 전망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루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워치에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대부분의 스마트워치의 배터리 성능이 구매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어, 애플의 아이워치가 이 부분을 크게 보완한 형태의 제품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IT공룡에서 추락의 쓴맛을 본 소니는 웨어러블 분야를 통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미 스마트 시계인 ‘스마트워치1’과 ‘스마트워치2’를 공개했다. 스마트워치2는 밴드 분리형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페블과 퀄컴 등 IT업체도 스마트워치 열풍을 이어갔다. 지난해 발표한 페블 스마트워치의 후속작 ‘페블 스틸’은 오리지널 모델에 비해 더 작고 얇아졌다. 스테인리스 재질로 전통적 시계 형태와 더욱 유사하다. 에릭 미지콥스키 페블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워치와 달리 전통적 ‘클래식 워치’의 형태를 지향했다”며 “올해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업체 퀄컴은 지난해 내놓은 스마트워치 ‘톡(Toq)’을 CES에서 300달러로 한정 할인 판매했다. 저전력 ‘미라솔’ 디스플레이를 채용해 야외에서도 또렷한 화면을 볼 수 있고 배터리 지속시간도 최대 5일에 이른다.
최근 안드로이드 기반 게임 패드를 출시하며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아코스도 3종의 스마트워치를 CES를 통해 정식 공개했다. 아코스의 스마트워치는 기본적으로 같은 기술이 적용됐으나, 가격에 따라 디스플레이 크기나 디자인이 다르다. 가장 싼 모델은 50달러에 흑백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100달러짜리 모델은 컬러 디스플레이를 사용했지만 다른 제품처럼 1~2일밖에 안 가는 배터리를 지녔다.
스마트워치뿐 아니라 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도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가 공개한 손목 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라이프밴드 터치’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해 칼로리 소모량과 걸음 수, 움직인 거리 등을 체크한다. 사용자가 화면을 터치하면 시간, 스마트폰의 수신 전화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폰의 음악도 재생할 수 있다. 특히 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 이어폰으로 심박동을 잴 수 있도록 개발한 신개념 제품이다.
소니도 ‘스마트 밴드’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 앱 ‘라이프로그’와 짝을 이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나 연동된 다른 활동까지 기록한다. 자신의 하루를 고스란히 흔적으로 남겨 되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PC 게임용 하드웨어 제조사 레이저는 스마트밴드 ‘나부’를 내놓았다. 착용자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고 스마트폰의 이메일·문자메시지를 표시할 수도 있다.
이처럼 웨어러블 기기 열풍이 불고 있는 까닭은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기 때문.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열며 휴대폰 강자로 떠올랐듯이, 새로운 사업군에서 선두주자로 나서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