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부위원장(차관급)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 열흘째를 맞았다. 공정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후속인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인사를 둘러싼 각종 추측이 난무하면서 조직 분위기도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 2011년 김동수 전 위원장과 함께 취임한 12대 정재찬 부위원장은 지난 3일 퇴임했다.
거론되는 후보군은 크게 내부인사와 외부인사로 구분된다. 공정위 내부 인사로는 한철수 사무처장과 지철호 상임위원이 거론됐고 외부인사로는 서석희 법무법인충정 변호사, 김학현 공정경쟁연합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현재는 공정위로부터 내부추천을 받은 한 처장과 총리실에서 제청명단에 추가한 서 변호사의 최종 경쟁 구도로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정위원장은 외부 출신이 임명돼 온 반면 부위원장 자리는 현직에 있는 내부 인사가 승진해 온 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최근 공정위 간부들과 관련한 경찰조사가 맞물리면서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조사 내용은 소비자들에게 다단계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제조합장 이사장 선출 과정에 공정위 간부들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경찰조사와 관련해 공정위 내부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부위원장 인사를 앞두고 경찰조사가 이뤄진 것을 두고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부는 관례상 내부승진 가능성이 높은 부위원장 자리에 외부 인사를 앉히지 위한 ‘모종의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인사 지연도 그간의 관행을 바꾸려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음모론과 함께 외부 인사 가운데 유력한 서 변호사가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남고,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라는 점, 서 변호사가 공정위에서 민간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던 인물이라는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당초 지난해 박근혜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던 한만수 이화여대 교수도 로펌 근무 경력이 문제가 돼 결국 중도에 탈락했던 일이 있다.
부위원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업무차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부위원장이 없느면 담합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와 과징금 액수 등을 결정하는 전원회의가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다. 관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와 스위스 순방에 나서는 오는 15일 전까지 공정위 부위원장 인사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