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차량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경제성’이다. 고출력과 짜릿한 가속력을 원하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높은 연비와 착한 가격의 차량을 찾는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대형세단의 주행성능과 높은 연비를 모두 갖춘 차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3~6일 나흘간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서울 강남구, 서초구, 성동구, 송파구, 남산일대 등 도심에서만 250여km를 시승했다. 이번 시승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에 맞춰 경제 운전에 초점을 맞췄다.
결과는 254.3km를 운전하는 동안 16.1ℓ의 연료를 사용해 평균연비 15.8km/ℓ를 기록했다. 이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인 도심연비인 15.4km/ℓ보다 0.4km/ℓ 높은 수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6.0km/ℓ이며 고속도로 연비는 16.7km/ℓ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연비 측정을 위한 이번 시승에서 주행 모드를 ‘에코(ECO)’로 설정했으며 ‘3급(급출발·가속·제동)’을 최대한 피해 운전했다. 차량에는 운전자만 탑승했고 트렁크에는 짐을 싣지 않았다. 정차로 이어지는 감속 시 ‘시동끄기’, 내리막에서 ‘기어 중립’과 같은 위험한 경제운전도 하지 않았다.
다만 20~40km/h의 저속으로만 장시간 주행할 경우에는 평균 연비가 12km/ℓ 후반에서 13km/ℓ 초반대로 떨어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고속주행시 가솔린 엔진을 가동해 전기를 충전하고 저속 주행시에는 전기구동 모드로 전환하는 원리여서 저속으로만 주행할 경우에는 연비에 불리하다.
그러나 ‘러시아워’가 아닌 시간대에는 도심에서 60km/h 이상은 거뜬히 주행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은 도심에서도 충분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1년 운행시 그랜저 가솔린(2.4ℓ)보다 98만원을, 5년 주행시 49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휘발유 1ℓ당 1877원, 연간 2만km 주행 기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승차감도 뛰어났다. 전기 구동 모드에서는 차량에서 구동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스티어링휠은 부드러웠고 코너링은 안정적이었다. 정속 주행을 지킨 경제운전을 한 터라 가속성능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도 급가속 시에는 내연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속성능은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세타∥ 2.4ℓ MPI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159마력(ps), 최대토크 21.0kg·m의 동력 성능을 확보했다.
그랜저는 1986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각(各) 그랜저’로 불린 당시 그랜저는 부와 성공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뒤 세상에 나온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경제성의 상징으로 이미지를 탈바꿈 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