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산정책연구원에서는 ‘신동아’에 미(美) 랜드연구소의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한 준비’라는 보고서를 소개했다.
북한의 급변사태 시 중국이 평양을 선점해 제2의 분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그중 가장 시사점이 큰 것은 급변사태 시 역할이 한정된 미국의 도움 없이 ‘한국의 군사력만으로 북한을 안정화할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북한을 안정화하는 데 필요한 군사력은 ‘화력’이 아니라 ‘병력’이라고 잘라 말한다. … 북한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북한군의 저항이 있을 경우 60만~80만명의 한국군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2-2030’에 따르면 2022년 육군 38만명,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될 경우 2026년경 30만명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단다. 최근 중국이 북한접경지대에서 지속적으로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훈련까지 하고 있으니 상황이 심각하다면 심각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300만 규모의 예비군 선배들이 있다. 가장 즐거울 20대에 2년가량을 나라에 바쳐 지켜온 사람들이다. 우리가족과 나라를 지키는 일이었기에 그나마 힘든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는데,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중국 등 주변국의 개입, 군사적 충돌, 최소 300만명의 대량 난민 발생 등 준전시상태가 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극복해야만 하는 ‘국가 위기상황’이 닥칠 수 있는 것이다.
예비군복만 입으면 삐딱해지는 우리 자세만큼 왠지 달갑지 않은 시간이 늘어날 수 있는 것에 대해 불평의 소리가 강하다. 물론 학생 신분으로 동원훈련을 참석하는 만큼 불가피한 면접 일정 등에 대하여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의지할 곳이 예비군 선배들밖에 없는 상황에서, 억울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군복 아래 흘린 땀과 눈물이, 선조들이 흘린 피가 허망하게 증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비군 훈련이 늘어나는 상황을 한번쯤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