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절함(絶檻)의 유래와 간언(諫言)

입력 2013-12-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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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KDB산업은행 부장

절함이란 난간(檻)을 부러뜨린다는 뜻이다. 그 유래는 이렇다. 중국 전한(前漢) 성제(成帝)때 정승 장우(張禹)는 황제의 어린 시절 스승이었던 인연으로 지나친 위세를 부렸다. 이에 관리 주운(朱雲)이 백관 앞에서 그를 탄핵했다. 황제는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하급 관리가 정승을 비방하고 왕의 사부를 모욕해? 당장 끌어내라!” 무관들이 주운을 끌어내려고 우르르 달려들었다. 주운은 전각 난간에 결사적으로 붙들고, 장우의 목을 베어야 한다고 계속 소리쳤다. 그 와중에 전각 난간이 그만 뚝 부러지고 말았다. 주위 신하들의 적극적인 만류로 주운은 간신히 죄를 면했다. 후일 손상된 난간을 교체하려고 하자 황제는 말했다. “바꾸지 말고 부서진 것을 그대로 붙여 놓아라. 직간한 신하의 충성의 표징으로 아끼고 싶구나.”

당 태종 이세민은 명군(名君)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치세기간은 당나라의 그것은 간관(諫官) 위징(魏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래 위징은 태종과 제위 다툼을 벌이다 죽은 이세민의 친형 이건성(李建成)을 보좌했던 인물이었다. 태종은 위징을 발탁하고 과감하게 중용했다. 위징은 직간(直諫)을 거듭해 황제의 분노를 샀지만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태종은 위징의 간언에 입맛을 잃었지만 한 번도 물리치지 않았다. 위징이 죽었을 때 "나는 이제 거울을 잃었다"하며 탄식했다.

황희(黃喜)는 조선 최고의 정승이자, 최고의 간관이었다. 두문동 72賢의 대표로 혼자 조선에 출사(出仕)한 황희는 곧 태종의 총애를 받아 6조 판서를 모두 거친다. 그러나 그는 세자 양녕대군의 폐위를 세 번에 걸쳐 반대한다. 적장자 승계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간언의 내용이었다. 결국 태종의 노여움을 샀고 급기야 서인(庶人)이 되어 유배를 간다. 그의 유배기간은 파주 교하를 거쳐 남원에서 5년에 이른다. 광한루(廣寒樓)는 황희가 남원 유배 중에 지은 것이다.

세종은 즉위 후 자신의 세자 책봉을 반대했던 황희를 불러들였다. 세종에서 문종에 걸쳐 정승으로 24년, 황희는 조선 최장기 정승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간언을 하고 무사하기 어렵다. 공자(孔子)는 다섯 가지 요령을 말한다. 첫째는 정간(正諫), 정당하고 바르게 간하는 것이다. 둘째는 항간(降諫), 자기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 간하는 것이며, 셋째는 충간(忠諫), 충심을 가지고 간하는 것이다. 넷째는 당간(戇諫), 고지식하며 우직하게 간언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풍간(諷諫)으로 비유를 들어 깨우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공자는 “나는 풍간(諷諫)을 따르리라!”고 하였다.

‘적자생존’이란 말이 유행이다. 토론은 없고 받아 적기에 열중인 고관대작들의 모습을 비꼬는 말이다. 간언(諫言), 쉽지 않다. 예전에는 목숨을 내 놓아야 했고, 지금은 자리를 내 놓아야 한다. “간언(諫言)을 하면 자신이 위태롭지만, 간언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다.” 위징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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