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어느 때보다 재계 수장들의 빈자리가 많았던 1년이었다. 그만큼 총수 부재를 메울 새로운 얼굴도 재계의 뜨거운 관심으로 부각됐다. 경제민주화 바람 등 유난히도 추웠던 재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뉴스 메이커로 부상한 인물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내정자)이다.
이재현 CJ 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CJ그룹의 비상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사임의사를 밝힌 손경식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뒤를 이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소통의 달인으로 유명한 그는 대한상의에도 어김없이 ‘소통’을 확산시키며 젊은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 대한상의 젊은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박용만식 소통’으로 재계 현안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박 회장은 상의 내부 현안을 꼼꼼히 챙기기 위해 상의 직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다. 우선 취임 직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방 상의를 돌며 현안을 꼼꼼하게 챙겼으며, 최근에는 임직원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보며 격없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경제5단체와 여야 원내대표 회동자리를 만들어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두산 임직원들과 늘 해왔던 소통 방식을 대한상의에도 적용시켰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상의 입장에서는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새로운 ‘소통 문화’가 그저 신선하기만 하다.
KT의 황창규 신임 회장 영입도 올해 재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16일 횡령·배임 혐의로 사임한 이석채 전 회장의 빈 자리를 메우며 KT를 이끌 새 수장이 됐다.
지난 2002년, 메모리반도체 집적도가 1년 만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역설하며 삼성전자를 반도체 최강자로 이끌었던 황 내정자. 그가 삼성의 성공 DNA를 KT에 어떤 방식으로 접목시킬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혼란스러운 KT 내부 상황을 안정시키고 재도약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행히 시장을 읽고 미래전략을 수립해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업계의 기대감은 높다. 그는 KT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직후 곧바로 구체적인 업무 파악에 나섰으며 KT 중흥을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성공 DNA를 ‘KT에 어떤 식으로 적용시키고 부작용은 최소화할지’는 그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