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주일 전 동양매직 임직원 350명이 전원 사표를 제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전한 각오다. 동양 법정관리인과의 갈등이라는 조직 문제로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지만 소비자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 몇 글자로 소비자들에게 “안심하라”고 하기에는 올해 동양매직은 많은 풍파를 겪었다.
교원그룹 매각 불발 이후 동양그룹 사태로 인한 그룹 리스크부터 바디프랜드, 코웨이와의 소송전까지 눈코 뜰 새 없는 한해를 보냈다. 지난 1985년 동양시멘트 내 기계사업부에서 시작해 1992년 독립한 이후 국내 가전시장을 주름잡았던 동양매직의 위기에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이목은 집중됐다.
일부 경쟁업체에서는 “동양매직이 경영 여건이 힘들어져서 AS가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가정’을 내세우며 소비자 환심 사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런 가운데 동양매직은 최근 법원이 동양 법정관리인과의 갈등 사태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하라는 요청에 서류를 준비 중이다. 경영조직과 영업일선의 활동 영역은 다르다고 하지만 조직의 불안감이 시장에 전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동양매직은 올해 초 한국능률협회가 주관하는 ‘2013년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에서 식기세척기와 복합오븐 2개 부문에서 최고 브랜드로 선정됐다. 식기세척기의 경우 11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동양매직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30인치 가스오븐레인지(1986년)를 개발한 기술력과 자부심으로 여러 가전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기업의 존립 기반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 제품을 인정해주는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다면 이도 결국 공허한 몸부림으로 비쳐질 수 있다. 소비자를 중심으로 28년 세월을 지켜내는 것, 동양매직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