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출신 CEO들이 재계 곳곳에서 삼성의 1등 DNA를 전파하고 있다. KT의 CEO추천위원회는 16일 후보자 면접을 통해 황 전 사장을 KT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 KT가 2002년 민영화됐음에도 여전히 공기업 같이 움직인다는 비판에 대해 ‘삼성의 조직문화 이식’이라는 해법을 내놓은 셈이다. 황 KT 회장 내정자는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세계적인 반도체 전문가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으로도 유명하다.
태광그룹도 15일 단행한 정기임원인사에서 삼성물산 출신 조경구 상무를 영입해 섬유사업본부장에 임명했다. 태광은 지난 2월 태광산업 사장으로 최중재 전 삼성물산 화학사업부장을, 석유화학본부장으로 정경환 전 삼성토탈 상무를 영입, 주요 사업 부문의 수장을 삼성 출신으로 교체한 바 있다.
지난 5일 메리츠화재에 영입된 남재호 사장도 1983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해 2012년 삼성화재 부사장까지 지낸 삼성맨 출신이다. 지난 10월 (주)CJ 대표이사에 오른 이채욱 부회장은 삼성물산 출신으로 GE코리아 대표,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냈다. 올 초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출신 오세용씨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동부그룹도 삼성 출신 인사들을 계열사 CEO로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지난 9월 (주)동부 대표이사에 선임된 허기열 사장은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국내영업마케팅 상무와 중국영업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앞서 5월에는 삼성물산 출신인 정광헌 동부하이텍 신사업추진담당 부사장을 동부LED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재형 동부대우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삼성물산 출신이다.
이처럼 삼성 출신 CEO에 대한 인기가 높은 까닭은 이미 검증된 인사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을 무대로 뛴 삼성 인사들은 최신 트렌드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수많은 경험을 보유한 인재들로 평가된다는 설명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위기의식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데 앞장서 온 대표 기업인 만큼 ‘삼성 DNA’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며 “한편으로는 삼성 출신을 영입해 삼성과 협력을 꾀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