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신한금융그룹에는 이른바‘빅4’이라 칭하던 인물이 있었다. 한동우 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신한금융에서 잔뼈가 굵은‘기획통·영업통·일본통·인사통’ 등으로 불리며 ‘포스트 라응찬’시대를 이끌 차기 신한금융의 뉴 리더로 꼽혔다.
3년이 지난 지금, 이들이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 자리를 놓고 다시한번 경쟁을 벌인다. 지난 2010년 금융권에 큰 파장을 던진 신한사태로 씁쓸히 퇴장했던 신 전 사장은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 했지만 여전히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오는 11일 차기 회장을 결정한다. 지난 6일 후보군이 3명으로 확정돼 외형상 경쟁구도는 확보했다. 신한금융은 독특한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탓에 순혈주의가 지배하는 금융회사다. 타 금융지주와 달리 외부 경영인을 허용하지 않은 역사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재일교포 대주주의 막강한 영향력 행사로 외부세력의 진입을 원천 차단했다. 그 결과, 라응찬 전 회장이 20년 가까이 장기집권한 부작용도 초래했지만 정치적 외풍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차기회장 선임이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신한사태 봉합 후 첫 회장 선임이라는 점에서 신한금융의 미래 지배구조를 가늠할 시험대다.
현재 신한금융의 새 수장을 둘러싼 판세는 한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 결정권을 쥔 신한금융 회장추천위원회의 판단이 외부에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한 회장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회장 인선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였던 법원의 신 전 사장에 대한 항소심 최종선고도 오는 26일로 미뤄지면서 변수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한금융 안팎으론 아직도 신한사태에 따른 상처와 갈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세력간 보이지 않는 알력은 조직의 화합을 가로막고 있다.
이에 신한금융 내부에선 차기 회장의 가장 큰 덕목으로 진정한 조직 통합을 위한 ‘조정자 역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시말해 신한사태 그림자 지우기로 압축된다. 여기에 한 회장이 추진했던 탕평인사의 확대와 신 사장과 화해모드로 인한 신한 DNA 부활도 주요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