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2년> "사회주의 부귀영화"…과감한 경제개혁

입력 2013-12-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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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작년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일성 주석이 북한의 풍요로운 미래상을 '흰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과 기와집'으로 그렸다면 그의 손자인 김 제1위원장은 '사회주의 부귀영화'로 표현한 것이다.

이어 김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는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 '새 세기 산업혁명'을 국가적 목표로 제시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이 택한 길은 가히 개혁·개방이라 할만한 파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6·28 방침'으로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기로 한 데 이어 올해는 경제개발구를 무더기로 설치한다는 대담한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제기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이 사실로 굳어지더라도 김정은 정권의 개혁·개방 드라이브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장 부위원장이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에 깊이 관여하긴 했지만 김정은 정권의 경제개발 전략은 장 부위원장 1인의 작품이기보다는 북한 지도부의 합의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성택 부위원장이 힘을 잃을 경우 김정은 정권의 개혁·개방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장 부위원장이 김 제1위원장의 경제개혁과 경제개발구 설치 계획에 반대해 실각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장 부위원장이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변화의 '선도자'가 아니라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장 부위원장이 개혁·개방 이미지와는 달리 공안기구를 관할하는 노동당 행정부를 장악하고 변화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군림했다는 설도 있다.

북한 경제개혁의 상징적 인물인 박봉주 내각 총리가 이달 초 자강도 강계시에서 공개 활동을 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만큼 그를 위시한 경제 관료들이 변화의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개혁의 신호탄은 지난해 북한 내부에 공표된 것으로 알려진 6·28 방침이었다.

이 방침은 실패로 돌아간 2002년의 7·1 경제관리개선 조치처럼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해 생산 단위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집권 첫해에 6·28 방침이 나온 것은 그만큼 북한 지도부의 경제개혁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올해 4월에는 7·1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주도했던 박봉주가 내각 총리에 올라 경제개혁이 김 제1위원장의 확고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음을 보여줬다.

북한 당국자들은 지난 5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경제개혁 조치가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향후 광범위한 영역에 적용될 것을 시사했다.

북한이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협동농장에서는 생산 단위인 '분조'의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잉여 생산물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해 근로자들의 생산 의욕을 고취했다.

기업소에서도 독립채산제가 확대 적용되고 잉여 생산물 처분과 임금 결정의 자율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생산 성과에 따른 보상이 가능해지면서 일부 근로자는 기본급의 수십배나 되는 수당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생산 현장에 '인센티브'를 도입해 생산 의욕을 자극하고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침체된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빠른 경제성장의 '밑천'이 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들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 5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해 전국 각지에 경제특구를 설치할 것을 예고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지역별로 특화된 경제개발구 13곳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2002년 실패한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사업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의 경제특구가 기존 개성공단, 금강산국제관광특구, 나선경제무역지대,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외에 14곳이 무더기로 늘어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0월에는 국가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해 경제특구 중심의 발전 전략을 진두지휘하도록 했다. 또 민간단체인 조선경제개발협회도 만들어 위원회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겼다.

북한이 지방 곳곳에 경제개발구를 건설하기로 한 것은 '인민생활 향상' 목표와도 통한다. 경제개발구가 지방 경제발전의 촉매가 되도록 해 수도와 지방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지방 주민의 물질적 생활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을 중시하는 것도 김정은 시대 북한 발전 전략의 주요 특징이다. 김정은 정권은 올해 외국인에 대한 관광 문호를 잇달아 개방하고 외자 유치 설명회를 여는 등 관광을 북한의 미래산업으로 키우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이같은 노력 속에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삶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시대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은 평양 거리의 자동차가 늘고 야경도 화려해졌다며 북한 경제가 나아진 것을 체감했다는 증언을 내놓고 있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IT(정보기술) 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 인구도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한 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약속한 '부귀영화'도 결국 신기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북한 경제가 도약하려면 남북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벗어나 세계 시장과 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김정은 정권이 올해 3월 채택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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