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8000억 시장에 도전하다… 옥수수 신품종으로 만든 팝콘

입력 2013-12-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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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18

옥수수는 밀, 벼에 이어 세계 3대 작물이지만 우리나라는 옥수수 육종(유전적으로 개량하는 일) 역사도 짧고 생산량이 많지 않다. 국내 생산액은 500억원 수준으로 작목별 생산순위에서도 50위권에 불과하다. 국내 생산 옥수수는 대부분 간식용으로 소비되고 옥수수 부산물 역시 자가 소비용 사료로 이용하는 수준이다. 가공용 옥수수(레토르트 콘)이나 사료용은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옥수수는 국내 소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무에 농가의 부가적 수익을 올리는 데 최적의 작물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작물이고, GMO 수입 옥수수의 시장 유통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커진 사실 등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우리만의 옥수수 재배법, 맞춤 품종 상용화 시도가 절실히 필요한 게 사실이다.

‘옥수수 신품종 재배 및 가공 종합수익모델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옥수수종자 보급과 안정적인 재배기술 지원으로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진행됐다.

▲신품종 옥수수를 농가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2012년 강원도 농업기술원은 소규모로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에 신품종을 보급하고 옥수수 대량생산을 통해 농가의 신소득원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2가지 과제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강원도 평창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국내에서 개발한 팝콘용 옥수수 신품종 오륜팝콘 재배를 안정화 시키는 것이었다. 우리 팝콘시장은 연 8,000억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그러나 우리 옥수수로 만든 팝콘은 5% 남짓에 불과하고 대부분 수입 옥수수에 의존하고 있다. 국산 팝콘용 옥수수의 재배기술을 현장에 접목해 일반 옥수수보다 수매가가 월등히 높은 친환경 팝콘용 옥수수 생산체계를 안정적으로 확립한다면 농가소득 향상과 수입대체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경북 고령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논 재배 주 작물을 벼 대신 옥수수로 대체하는 과제였다.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벼보다 높은 소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대체작물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본 연구사업에 참여한 경북 고령의 농업경영체들은 옥수수 재배기술 적용 특산단지 육성 기술지원을 통해 벼농사를 대신, 찰옥수수를 재배하기로 했다.

▲찰옥수수는 밀식재배, 오륜팝콘은 친환경재배로 승부

경북 고령 농가에는 신품종 유색 찰옥수수 ‘얼룩찰’, ‘흑진주’ 품종이 보급됐다. 재배기술은 농가들의 노동력 절감을 위해 밀식재배가 이뤄졌다. 밀식재배는 수확 작업 시 작업능률이 낮은 단점이 있긴 하지만 노동집중도가 높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높다.

밀식재배는 가장 효과적인 재식거리와 추비 정도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연구자와 농가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적정한 수치를 찾아냈다. 한 이랑에 2줄씩 파종하고, 재식 거리를 조절해 경지 이용률을 향상 시켰고, 요소비료의 용량을 조절하면서 투입해 적정 수준을 찾아갔다. 요소비료가 과도하게 사용하면 태풍으로 인한 도복피해가 늘어나기 때문에 적절한 추비량을 알아내는 것은 생산비 절감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신품종 튀김용 옥수수 오륜팝콘 과제에는 강원도 농업기술원과 강원도 평창지역 농가가 함께 했다.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브랜드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었다. 가격이 4분의 1도 안 되는 수입산 팝콘 옥수수와 경쟁하기 위해서 ‘친환경 무 농약 재배’라는 점을 부각시키기로 했다.

▲찰옥수수 이모작 재배, 생산비 절감과 상품화를 이루다

찰옥수수 이모작 재배는 생산비 절감과 상품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것도 일손이 부족한 농촌 상황에선 생산비와 직결되는 일이다. 겉껍질 제거작업용 기기를 보급해 생산단가를 낮춰 수익성을 높였다. 옥수수 수확 후 발생되는 옥수수대와 곁가지 등 부산물은 조사료 생산 장비 설치를 통해 농가가 부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주로 상온에서 유통되는 옥수수는 신선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해 품질 유지에 한계가 있었다. 장기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보관온도와 저장기간을 유지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진공포장’이었다. 농촌진흥청은 연구사업에 참여한 농가를 대상으로 진공 포장 기술을 교육하고 저장시설을 마련해 가격 등락에 따른 불안정을 해소해 나갔다.

논에서 진행한 ‘찰옥수수 친환경 무 농약 재배’는 오랜 농사로 토양 내에 쌓인 인산, 염류 산성 물질들이 사라지고 토질로 좋아져 연작 장해요소를 해소하는 뜻밖의 소득도 얻었다.

본 연구사업 사업에 참가중인 경북 고령의 이은주 씨는 “농사를 짓다 보면 각종 화학비료 사용으로 토양이 산성화돼 휴경을 하거나 객토를 해야 하는데 옥수수를 재배하면서 인산, 염류 농도가 낮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멀게만 보였던 꿈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오륜팝콘 품종 재배는 생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시장 진입은 쉽지 않았다. 수입산 팝콘용 옥수수의 가격이 오륜팝콘 옥수수의 18~45% 수준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유통에서 넘기 힘든 벽이었다. 방대한 규모로 키워지는 수입산 팝콘용 옥수수에 가격에 맞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다.

오륜팝콘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 신홍선 씨는 “아무리 좋아도 3~4배 비싼 팝콘을 먹는 일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열심히 재배하면서도 노심초사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찾은 돌파구가 ‘친환경 무 농약 재배’였다. 새로 떠오르는 친환경 유기농 시장을 돌파구로 보인 것이다. 연구자와 지자체가 백방으로 뛰어다녀 2012년 친환경 단체, 생활협동조합 등과 계약 재배에 계약을 이뤘고, 재배가 이뤄진 2013년에는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시작했다. 풀무원 계열의 올가 홀푸드체인에서 ‘올가 고소한 팝콘’이라는 이름으로 오륜팝콘 옥수수 제품을 출시한 것도 중요한 소득이다.

그러나 아직 생산을 규모화하기에는 미흡하다. 오륜팝콘 재배가 자리 잡으려면 팝콘의 주소비처인 대형극장체인과 계약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러 번 납품의사를 타진했지만 아직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큰 숙제가 남은 것이다.

▲오륜팝콘의 꿈은 계속 된다

지난 2년간 본 연구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강원도 농업기술원은 오륜팝콘 옥수수와 유색 찰옥수수의 뒤를 이을 새로운 품종을 준비 중이다. 기존 제품을 계속 업그레이드시키고 농가에 보급해 국내산 자급률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겠다는 뜻이다.

다음에 등장할 옥수수는 알곡과 수염이 완전 자주색인 ‘색소찰옥수수’와 ‘색소옥수수’이다. 옥수수의 자주색은 안토시아닌 색소로 이는 주로 꽃이나 과일, 야채에 함유된 수용성 색소인데, 항산화, 항당뇨, 항암 효과는 물론 콜레스테롤 저하, 소염, 살균 효능이 있다. 말하자면 기능성 옥수수인 셈이다. 2013년 품종 개발 완료 후 2014년부터 안토시아닌 색소 대량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의약품 개발 공동 연구와 동물 실험이 시작될 예정이다.

미국 등 농산물 거대 생산국가의 옥수수와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계속 수입에 의존할 수는 없다. ‘친환경’이나 ‘기능성’ 옥수수 생산 등 다른 경쟁요소를 부각시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강원도 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신품종 오륜팝콘이나 유색찰옥수수는 그래서 반갑다.

찰옥수수 신품종 생산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강원도농업기술원 장은하 연구사(033-248-6921)에게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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