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죽음의 조’ 타령은 그만하자.”
지난 4일 월드컵 조 추첨 포트가 확정된 후 관련 기사를 본 한 네티즌은 이런 글을 남겼다. 그는 “우리나라가 포함되면 상대국엔 최상의 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즉시 베스트 댓글이 됐다. 수십 개의 추천을 받았다.
맞는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하위권이다. 전력을 수치화한 것이 피파 랭킹이다. 피파랭킹으로 일반적인 전력을 가늠할 수 있다. 그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54위로 본선 진출국 중 하위권이다. 돈이 걸린 도박사이트에서의 배당률도 좋은 지표가 된다. 영국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는 최근 참가국의 우승 배당률을 설정했다. 브라질이 10대3의 배당률을 보인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400대1로 공동 26위(호주·카메룬)에 올랐다. 이란과 온두라스는 1500대1로 최하위에 랭크됐다. 이쯤 되면 ‘비교적 쉬운 상대는 없다’는 말에 절감한다.
역대 월드컵에서 우리 팀 상대의 면면을 보면 아르헨티나, 스페인,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우루과이, 네덜란드 등 강팀들이 많았다. 특히 아르헨티나, 스페인, 독일 등 세 나라는 2번이나 같은 조에 편성됐었다. 우리 입장에선 최악의 조 편성이었다. 그로 인해 산전수전 다 겪는 나라가 됐다. 때문에 우리나라 이제 일방적으로 당할 정도의 수준은 넘어섰다.
‘브라질-칠레-대한민국-잉글랜드’가 한 조가 된다면 어떨까. ‘죽음의 조’에 편성된 것을 한탄해야 하는가. 아니다. 대표팀의 발전하는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본 팬들이라면 평소 돈 주고도 접하기 어려운 강팀들과 경쟁을 스포츠로서 즐기면 된다.
지난달 28일 손흥민의 레버쿠젠은 홈구장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리그 5차전 경기에서 0-5로 대패를 당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레버쿠젠 팬들은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그들은 진정으로 즐기고 있었다. 강팀과의 승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