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급락했다. 일부 운용사의 상품은 원금마저 까먹게 될 처지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1~3분기 수익률은 가입자가 가장 많은 확정급여형(DB형) 원리금보장상품 기준으로 2.7~3.0%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의 수익률은 3%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 후반에서 5% 넘는 수익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해 수익률이 뚝 떨어진 것이다.
분기별로도 올해 1분기에는 경우에 따라 1%를 넘기도 했지만, 3분기에는 일제히 0.9%대로 하락했다.
퇴직연금에는 직장인의 한 달치 월급이 매년 적립된다. 1천만원이 적립된다면 지난해 50만원 넘게 수익을 내던 게 올해 들어 30만원 정도로 줄어드는 셈이다.
수익률은 대체로 증권사가 높게 제시하고, 보험사가 낮게 제시했다.
올해 1~3분기 기준으로 적립금이 많은 12개 은행·증권·보험사의 수익률을 보면 미래에셋증권[037620](3.02%)과 한국투자증권(3.01%)은 DB형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을 3% 넘게 약속했다.
반면 삼성화재[000810](2.76%), 삼성생명[032830](2.79%), 교보생명(2.89%) 등 보험사들은 2.7~2.8%의 수익률을 약속하는 데 그쳤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2.92%), 신한은행과 국민은행(2.90%), 우리은행(2.87%) 순이다.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배경은 저금리 기조가 꼽힌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국고채나 회사채 수익률 같은 지표금리에 자체 자산운용 예상수익률을 붙여 제시되는데, 저금리 기조로 지표금리가 하락해 수익률도 낮게 제시되는 것이다.
일부 실적연동형 상품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원금(가입자가 쌓은 월급)마저 까먹을 우려가 있다.
DB형 비(非)원리금보장상품 가운데 HMC투자증권[001500](-0.82%)이 대표적이며, 우리은행(0.86%)도 수익률이 '제로(0%)'에 가깝다.
퇴직연금 수익률의 추락 원인을 단순히 저금리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직장인의 노후보장 목적인 만큼 자산운용이 보수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특징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리금보장상품의 경우 은행 정기예금, 원금보장형 ELS, 금리보장형 보험에 93%가 들어가고 주식이나 채권의 비중은 6%에 그칠 정도로 안정성에 치우쳐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게 제시한다고 무조건 좋은 상품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역마진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상품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자산운용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일단 가입자를 늘려놓고 보자는 속셈이기도 하다"며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커져 수익률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은 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개인퇴직계좌(IRP)를 포함해 지난 9월 말 현재 약 72조원이 쌓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23만6천개 기업의 직장인 464만명이 가입해 도입률은 사업장 기준으로 14.5%, 상용근로자 기준으로 45.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