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공기업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박 대통령은 2일 황찬현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공기업을 확실히 바로 잡아 달라’고 지시하는 등 연일 공기업 개혁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이달 중 공기업 개혁안을 발표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중이며 감사원 등 감독기관들 역시 날을 세우고 있다.
역대 정부도 매번 공기업 개혁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의욕은 넘쳤지만 개혁에 대한 진정성과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는 정책의지가 부족했기에 ‘철밥통’을 깰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정치권과 정부는 겉으로 공기업 개혁을 부르짖지만 실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낙하산 인사는 공기업을 더욱 피폐화시키는 주범으로 주목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공기업 부채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 국가신용하락의 주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부는 이달 중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흘러나오는 대책들은 고용세습 관행 근절, 기관장과 임원 연봉 삭감 등 그동안 나왔던 개혁안과 패턴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생색이 나는 방만경영에만 집중한 채 근원적인 개혁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정부에 공기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경제는 제대로 일어서 보지 못하고 공기업 리스크로 그대로 주저앉을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기업 방만경영으로 인한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이면서 한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전체 295개 공기업의 지난해 부채가 493조원에 달해 국가채무 44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등 대형 공기업 12개 부채는 무려 412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4년만에 두배가 넘는 수치다.
방만경영 척결 등 단순한 외과적 처방만으로 공기업을 확 바꾸려는 처방은 환상에 가깝다는 것은 이제 자명해졌다. 따라서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공기업 지배구조 확립, 낙하산 등 공정 인사, 구조조정, 필요시 민영화, 공명정대한 노사합의 등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절실하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공기업 개혁은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승의 장애요인으로 드러나는 등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듯이 이른 시일 내에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고 근본적인 공기업 개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