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바꾼 리더십]구본걸 LG패션 회장의 현장·인재·문화 ‘3色 경영’

입력 2013-12-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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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실무교육 강화 스킨십 활발…취임 5년만에 매출 2배 껑충

“고객이 우리 회사 브랜드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파워 브랜드(Power Brand)’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브랜드 파워에 목숨을 건 한 남자, 바로 구본걸(57) LG패션 회장이다. 백화점을 둘러보며 현장 경영을 펼칠 때도, 인재 육성을 위한 월례 세미나 자리에서도, 그는 계속 ‘브랜드 파워’를 강조한다. ‘브랜드 콜렉터’, ‘브랜드 마술사’, ‘브랜드 혁신’ 등 그를 따라붙는 수식어에도 온통 브랜드다. 구 회장의 리더십을 두고 ‘브랜드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브랜드가 곧 기업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는 구 회장은 현장·인재·문화 3색(色) 경영으로 ‘브랜드 하우스’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구 회장이 꿈꾸는 브랜드 하우스는 전 세계 시장에서 연간 매출 2000억원 이상을 창출하는 파워 브랜드를 10개 이상 보유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LG家 3세‘재무통’에서 ‘브랜드 마술사’로= 구 회장은 LG의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손자로,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자 구본무 LG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1980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마친 그는 1990년 LG증권(현 우리투자증권) 회장실 재무팀에 입사해 부장과 이사를 거쳐, LG 회장실 기업투자팀장(상무)을 맡으면서 이른바 ‘재무통’으로 거듭난다.

외환위기 여파가 거셌던 1998년 LG전자 미국지사 상무로 옮겼고, 2003년 LG구조조정본부 사업지원팀장(부사장)을 맡은 이후 그해 LG산전(현 LS산전) 관리본부장까지, LG그룹의 주요 보직을 거쳤다.

재무통이었던 그가 패션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4년 LG상사 패션사업부문장(부사장)을 맡으면서다. 이후 2006년 LG상사 대주주간 지분이동 과정을 거치면서 패션사업 부문은 독립법인으로 분사했고, 2007년 12월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마무리지었다.

LG패션을 본격적으로 진두지휘하면서 일각에서는 LG가 3세 구 회장의 행보에 의아함을 가졌다. 패션사업은 전통적으로 핵심적인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 그러나 패션사업에 대한 구 회장의 열정과 비전은 남달랐다.

LG패션이 LG상사로부터 분리된 이후 국내 패션업계 1위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구 회장이 있었다. 그가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강조한 단 한가지는 바로 브랜드. ‘LG패션은 패션회사가 아니라 브랜드 관리회사’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구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브랜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반도패션’으로 대변되는 남성 패션은 현재 ‘마에스트로’, ‘닥스’, ‘타운젠트’, ‘TNGT’ 등으로 다양해졌다. 여성복 및 아웃도어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여성복으로 ‘닥스 숙녀’가 유일했던 LG패션에 ‘모그’, ‘헤지스 숙녀’, ‘TNGTW’ 등 자체 여성복을 강화했고, ‘라푸마’를 도입해 스포츠 아웃도어 매출도 끌어올렸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이자벨 마랑’, ‘레오나드’, ‘조셉’, ‘질 스튜어트’, ‘바네사 브루노’, ‘질 바이 질 스튜어트’, ‘헌터’, ‘막스마라’ 등을 들여왔다.

이 같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지난 2010년 LG패션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밑거름이 됐다.

◇사람이 패션을 만든다… 인재경영 = 지난 2006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했을 당시, LG패션의 매출은 6000억원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1조4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근래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도 5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을 일궈낸 셈이다. LG패션은 계열분리한 기업들 중 대표적인 성공기업으로, 구 회장은 오너가의 검증된 CEO(최고경영자)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구 회장이 CEO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인재’를 각별히 아끼는 인재경영에서 비롯됐다.

그가 LG패션을 이끌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직원들의 실무 능력과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대폭 강화됐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05년 1월 업계 최초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한 ‘패션인재사관학교’를 만들었다. 모든 직원들은 개인의 업무와 직급에 맞는 교육에 참가한다.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고객만족 경영을 실행하기 위해 그해 9월에는 사내 전원 이수 프로그램인‘패션영업학교’도 신설했다.

이외에도 직무 연관성이 높은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직원을 일정 기간 파견하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해외단기연수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장기와 단기 형태로 운영되며 선진 패션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한 것이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전 8시부터 전 임직원이 참석하는 ‘월례 세미나’도 실시한다. 기존의 조회와 같은 정형화된 월례 미팅이 아니라, 외부 마케팅 관련 유명교수 및 저자의 강의를 듣거나 사내 사업팀의 업무 사례 등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다. 자유롭게 질문도 하고 발표도 할 수 있다.

구 회장이 이처럼 인재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패션사업이 특유의 ‘인재중심형’ 사업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인재를 육성하고 확보하는 게 패션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셈이다.

LG패션 관계자는 “패션업계 인재사관학교로서 향후 패션산업을 이끌어갈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게 구 회장의 목표”라고 말했다.

◇‘현장경영’으로 소통… 자율적인 기업문화 ‘창의력’ 원천 = 구 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전국의 한 지역을 정해 놓고 매장을 방문한다. 직원을 독려하고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다. 브랜드별 연 1~2회씩 개최되는 주요 컨벤션(Convention)에도 항상 참석한다. 백화점 및 미디어 주요 관계자에게 브랜드 마케팅력이나 제품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다.

임직원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는 일에도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는다. 매월 한두 차례 점심시간을 이용해 과장이나 대리급 젊은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시간은 구 회장에게 매우 소중하다. 이야기 주제도 다양하다.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는 꼼꼼히 메모한다.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제시되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해 제품 기획이나 경영 전반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또 매월 세 번째 주에는 전 임직원이 참가하는 ‘호프데이’ 행사를 갖는다.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다양한 의견을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교환한다.

LG패션 관계자는 “직원들과의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게 구 회장의 철학”이라며 “이처럼 자율적인 기업문화는 패션기업을 지탱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즉 현장에서 얻은 ‘소통’이 브랜드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마에스트로 패턴은 이러한 소통으로 탄생했다. 마에스트로의 패턴 개발 작업은 2004년 1월 부사장 취임 후부터 시작한 것으로, 1년 반 동안의 연구 개발 끝에 지난 2005년 하반기 ‘마스터피스’ 시리즈 패턴을 완성했다. 이 기간 구 회장은 샘플로 제작된 신사복을 입어보고 수정할 사항을 지속적으로 체크해 디자이너와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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