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영화와 연극을 배우면서 다문화 연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유학생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전문사(석사) 과정에서 영화학을 전공하고 있는 필리핀 유학생 안 내쉬(28)씨가 주인공이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있는 폴리텍 유니버시티에서 방송을 전공한 그가 한국에 온 것은 자신이 만든 다큐멘터리가 한국에까지 알려진 덕분이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는 어머니가 즐겨 보던 드라마 ‘대장금’을 옆에서 몇 번 본 것 외에는 한국에 대해 거의 몰랐다”고 말했다.
2007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영화와 연극, 춤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다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나섰다. 2010년 아시아 멀티미디어 컴피티션과 태국 사이언스필름 페스티벌에서 잇달아 수상했다.
이후 독일 괴테인스티튜트의 지원을 받은 그는 ‘워터 게토’(Water Ghetto)라는 작품을 만들었고, 이 작품이 2011년 한국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이렇게 잘나가던 때 한예종에서 초청유학 기회를 줘 한국에 오게 됐는데, 1년 뒤인 지난해 9월 북한 평양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았다. 평양영화제에서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위험한 다이빙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필리핀 어린이에 관한 다큐멘터리 ‘Live to Dive’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현재 영화와 연극을 공부하면서 한국의 사회문제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 산 지 얼마 안 됐지만 한국 사회가 외국인들에게 그다지 개방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됐고, 특히 어르신들의 생각이 덜 개방적이어서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단다. 그는 이런 단편적 인상과 경험을 작품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4개월 전에는 한국의 하우스푸어 문제에 공포 분위기를 곁들인 ‘푸어하우스’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등장하는 드라마틱 코메디 ‘컨페션’(고백)을 제작 중이다. 또 얼마 전에는 영화채널 OCN에서 내년 방영되는 총 10부작 드라마 ‘처용’의 한 에피소드에서 이주노동자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다문화 사회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예술을 통해 내·외국인들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구현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