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중국 시진핑 정권의 수상한 개혁- 배수경 온라인뉴스부장

입력 2013-11-29 10:49 수정 2013-11-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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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파문으로 한국·미국·일본 3국간 공조가 급격히 긴밀해졌다. 패권 다툼과 영유권 분쟁 등으로 4자간 이해관계가 복잡 다단하게 얽히면서 중국이 일시에 공공의 적이 된 셈이다. 이쯤되니 ‘동상이몽’격의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주요국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중국의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지난 23일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내에 위치한 미군 훈련장인 세키비쇼 폭격장과 고비쇼 폭격장, 그리고 한국 이어도 수역의 상공을 ADIZ에 일방적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ADIZ는 영공 방위를 위해 영공 외곽 공해 상공에 설정되는 공중구역이다. 자국 공군이 국가 안보를 위해 일방적으로 설정해 선포한다. 영공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 군용기의 무단 비행이 금지되지는 않지만 자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퇴각을 요청하거나 격추할 수 있다고 사전에 국제사회에 선포해 놓은 구역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번 조치는 통상적인 ADIZ와 중대한 차이가 있다. 중국은 ADIZ를 비행하는 항공기가 영공을 침입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혹은 ADIZ를 그냥 통과만 하는 것인지에 관계없이 자국의 지시에 따르도록 방침을 정했다.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무력에 의한 긴급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는 지난 2001년 발생한 미국·중국 간 물리적 충돌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1년 4월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이륙한 미국 해군의 EP-3 정찰기가 중국 하이난섬 남동쪽 공해상에 진입하자 이를 확인한 중국군은 F8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켰다. 중국 전투기들은 미 정찰기에 “중국 영공을 벗어나지 않으면 격추하겠다”고 경고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해 중국기 1대가 추락, 미 정찰기도 하이난섬에 비상 착륙했다. 이후 중국은 미국 측의 사죄를 받아낼 때까지 미 정찰기와 승무원들을 억류해 양국관계는 급랭됐다.

이런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6일 미국의 B-52 폭격기가 동중국해 상공의 ADIZ를 비행한 것은 매우 아슬아슬한 장면이었다. 한국과 일본도 지난 23일 이후 각각 중국에 대한 사전 통보 없이 중국이 설정한 ADIZ 안에 항공기를 띄운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는 예의주시만 할 뿐 비행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중국이 ADIZ를 선포한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말대로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일본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중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무위로 돌리기 위해 이번 조치를 강행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항복과 충돌 사이에서 양자 택일을 피할 수 없는 입장으로 상대방을 서서히 몰고 가는 일종의 벼랑 끝 정책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중국이 일본과 한국 영공을 ADIZ에 포함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중국의 군사력은 막강한 미국의 군사력과 전면전을 펼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숙련된 조종사가 부족하고 기술 면에서도 고도의 훈련을 받은 미국을 당해낼 정도는 아니라는 것.

주목할 것은 중국의 이번 ADIZ 선포가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끝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폐막한 중국의 3중전회에서 이례적이었던 것은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같은 개념의 중국판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키로 했다는 점이다. 중국판 NSC는 외교부와 국가안전부 등 안보 담당 부서는 물론 공안과 군대까지 총괄하는 거대 조직이다. 대내적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경쟁하는 G2 국가로서 국제적 입지를 다지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일본 등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에 보다 적극적이고 강하게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하면 일본과의 댜오위다오 갈등은 영유권 분쟁의 서막에 불과하며 향후 필리핀·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남중국해에 대해서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어도가 중국의 영토 확장 야욕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긴장할 필요가 있다. ‘이어도는 영토가 아닌 수중 암초’라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다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중국에게 바짝 다가섰던 우리의 대중(對中) 노선도 수정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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