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10대1 감자 결의 후 연내 40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작스러운 감자 결정도 우선주 발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일 두산건설은 보통주 10주를 1주로 합치는 감자를 결정했다. 회사측은 “두산그룹 지원 및 자금조달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주로 활용해 발행주식수와 자본금이 필요 이상으로 커졌고 배당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두산건설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감자를 통해 급히 배당재원을 확보해야 할 이유는 없다. 증권업계는 두산건설이 RCPS 발행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이번 감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RCPS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를 뜻한다. 기본적으로 우선주이기 때문에 보통주보다 배당률이 높아 발행을 위해서는 배당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실제로 감자 결정에 따라 두산건설의 자본금은 기존 2조7690억여원에서 2860억여원으로 89.7% 줄게 된다. 또 발행주식도 기존 5억5185만여주에서 5518만여주로 감소한다. 감자로 자본총계는 변동이 없지만 자본금은 줄고 나머지는 감자차익이 된다. 대규모 감자차익으로 기존의 주식할인발행차금을 상계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배당 가능 이익이 발생한다.
두산건설 측도 “자본금이 90% 줄어들지만 그 금액만큼 감자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에는 변동이 없다”며 “지난 4월 증자 시 액면가에 미달하는 신주 발행으로 인해 생긴 주식할인발행차금에 따른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자본금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건설은 이번 감자와 RCPS 발행을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차입금 상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두산건설이 2년 내에 갚아야 할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잔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두산건설은 낮은 신용등급(BBB+)으로 인해 회사채 신규 발행은 물론 차환도 어려운 상태다.
감자 결정으로 이날 두산건설은 장 초반 하한가로 직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급작스러운 감자 결정을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채상욱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RCPS 발행가능성 측면에서 결손금을 상계할 필요가 있으므로, 금번 감자를 유동성 확보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면 긍정적 이벤트로 볼 필요가 있다”며 “감자 자체 보다는 감자 이후 순익달성이 가능한지 여부가 투자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