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섬유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를 생산하는 국내 화섬업체들의 연말 표정이 밝지 않다. 제품가격 하락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부터는 주요 시장인 인도로부터 반덤핑 관세까지 부과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화섬업계의 ‘진퇴양난’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PTA 가격은 톤당 995달러를 기록했다. PTA 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업황 악화로 톤당 최고 1500달러 수준에서 1000달러대까지 떨어지다가 최근엔 90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PTA는 화학섬유인 폴리에스테르의 주 원료다.
반면 PTA의 원료로 쓰이는 파라자일렌(PX) 가격은 톤당 1390달러를 기록, PTA 가격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다소 가격대가 하락한 상태지만 꾸준히 PTA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원료가격이 제품 가격보다 높은 만큼 국내 PTA업체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PTA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석유화학(연산 200만톤), 삼남석유화학(180만톤), 태광산업(100만톤), 롯데케미칼(95만톤), SK유화(53만톤), 효성(42만톤) 등 6개사다. 이들 업체들은 현재 일부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등 고육지책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대 수요 시장인 중국이 자급률 향상 차원에서 PTA 생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 내년에도 제품가격은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PTA 생산규모는 약 2500만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변동비 등을 포함하면 적어도 PTA 가격이 1000달러대 후반까지는 올라야하지만 중국시장 전망을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생산을 무조건 줄일 수도 없는 터라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은 크게 변할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에 이어 ‘제2시장’으로 불리는 인도가 한국산 PTA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것도 악재다. 이번 반덤핑 조사는 현지 업체 릴라이언스와 일본 업체 미쯔비시가 제소하면서 이뤄졌는데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함께 갖춘 한국산 PTA를 견제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우세하다.
인도의 반덤핑 잠정관세 부과는 내년 초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수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는 상황인 국내 화섬업계로선 엎친데 덮친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반덤핑 관세는 한 번 부과되면 폐지가 사실상 어렵다”면서 “전체적으로 내년 수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