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오는 19일 오후 제주그랜드호텔 특설링에서 벌어진 프로복싱세계권투협회(WBA) 밴텀급 타이틀 매치에서 10라운드 다운을 빼앗는 등 비교적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06년 지인진이 챔피언 벨트를 자진 반납한 이후 한국은 챔피언 명맥이 끊어졌다. 때문에 손정오의 타이틀매치에 거는 기대감은 컸다. 2000년 프로 데뷔 이후 첫 챔피언 도전에 나서는 손정오 개인적으로서도 14년만에 찾아온 기회였다.
가메다의 8차 방어전이었던 이 경기에서 손정오는 1라운드부터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왼손잡이 가메다의 오른손 잽과 연타에 고전하긴 했지만 나쁘지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경기를 진행한 손정오였다.
초반부터 치고받는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됐지만 5라운드를 기점으로 손정오는 승기를 잡았다. 손정오의 저돌적인 공격에 가메다는 아웃복싱으로 대응했지만 몇 번의 펀치를 허용하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중반 이후 손정오의 과감한 공격에 당황한 가메다는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엇비슷한 경기 양상으로 끌고 왔지만 9라운드 이후 마지막 힘을 발휘한 손정오의 맹공에 다시 고전했다. 가메다의 눈 주위에 출혈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10라운드 들어 손정오는 가메다를 상대로 다운을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살짝 스텝이 엉켰지만 손정오의 훅이 가메다의 안면을 가격한 장면이었다.
손정오는 후반부인 11, 12라운드에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가메다를 괴롭혔다. 한 차례 다운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유리한 경기를 이끌었지만 판정은 가메다의 편이었다. 국내에서 열린 경기지만 일본측이 주최한 경기였던 탓에 가메다에게 후한 점수가 주어졌다. 부심 한 명은 116-113.5로 손정오의 우위로 판정해지만 나머지 두 명의 부심은 115-112, 114.5-114로 가메다의 손을 들어줬다. 장소만 국내였을 뿐 점수차에서 잘 나타나듯 주최측의 어드밴테이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