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가격 체계 개편안은 해마다 예측치를 넘어선 전력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력당국은 지난 2011년 9·15 대정전(순환정전)을 경험한 이후 설비증설과 수요관리를 해왔지만 지난 8월과 같이 매년 전력난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요층을 헤아린 차등요금인상과 유연탄 과세, 대체연료 과세 인하 등은 이 같은 맥락에서 강구된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의 요금인상안은 거듭된 수요예측 실패 등에 따른 전력문제를 국민에게 떠넘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100조원이 넘은 한국전력과 발전사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요금인상이라는 지적도 상존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전기 소비 수준은 1달러당 497Wh(2011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달러당 267Wh)보다 70% 이상 높다.
전기 소비 증가율은 2008년 4.5%, 2009년 2.4%, 2010년 10.1%, 2011년 4.8%, 2012년 2.5%에 달했다. 누적 증가율은 19.3%다.
정부는 애초 2006년에 25년 후인 2030년 전체 에너지에서 전기의 비중을 21%로 예측했다. 하지만 2012년에 이미 19%에 도달하면서 전력증가세가 기존 예측보다 20년 가까이 빠르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의 5년간 전기 소비 증가율은 일본 -4.6%, 미국 -1.9%, 독일 -2.7% 등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2000년대 후반부터 다른 에너지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을 최소 수준 인상으로 유지하면서 유류·가스 소비가 전기로 옮겨가는 추세도 나타났다.
2005~2012년 전기 가격 증가율은 33%인데 등유, 도시가스는 각각 60%, 75%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 증가율은 전기가 40%인데 비해 등유는 오히려 44% 줄었고, 도시가스는 7%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중앙집중식으로 가스냉방을 하던 대형건물이 에어컨을 설치하고 전기냉방으로 바꾸고 면세유를 쓰던 비닐하우스 난방을 전기보일러로 교체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유류 자가발전시설보다는 전력회사에서 전기를 직접 공급받는 게 싸다는 기업들의 인식도 늘어났다.
이 같은 전력소비 추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한편 전기와 다른 에너지(LNG·등유)와의 상대가격 차이를 좁히고자 발전용 유연탄에 ㎏당 21원(탄력세율 적용)의 세율을 적용하는 등 에너지 상대가격 체계를 개편했다.
대규모 사업장의 피크시간대 요금을 야간시간대 5배로 높이는 등 선택형 요금제를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전력업계와 학계에서는 요금인상과 세율조정만으로는 전력다소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ESS(에너지저장장치)의 혁신 등으로 본격적인 전력수요관리 시장이 열려야 전력난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