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기후변화관측 및 연구분야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관측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세계 각국은 기상 관측 기기의 정밀도와 정확도 등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에 국내 기상청도 세계기상기구(WMO)의 표준에 맞춘 기상관측소를 추풍령과 고창, 보성에 각각 운영하고 있다.
추풍령은 국내 기후관측소 중 대기오염이 가장 덜 된 곳 중 하나로 미세먼지 농도 등 대기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 고창은 적설을, 보성은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해륙풍을 관측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은 이들 표준기상관측소를 통해 각종 관측자료와 관측 기기에 대한 오차를 수정해 보다 정확한 기상관측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찾은 전북 고창군 대산면 매산리에 위치한 고창표준기상관측소는 2만3200㎡(7000여평)의 부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고창은 지난 2005년 12월 한달 동안 20여일 간 눈이 내리며 적설량이 220㎝에 달했다. 이에 적설 관측기기의 표준 마련과 기기별 비교 관측을 위해 표준기상관측소가 설립됐다.
이곳에는 고창의 기상 정보 수집뿐만 아니라 각종 국·내외 관측기기가 설치돼 비교 실험 중이었다. 이들 장비는 자동 초음파식, 레이저식, 광학식 적설계로 기준기(T200)와 비교하며 오차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나득균 기상청 관측정책과장은 “이곳에서 각종 장비의 성능 인증을 위한 비교 관측실험을 하며 허용오차 범위를 줄여 나가고 있다”며 “성능인증을 받게 되면 장비를 설치해 기상정보 수집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또 같은날 오후 방문한 전남 보성군 득량면에 위치한 보성글로벌표준기상관측소(가칭)에는 307m에 달하는 종합기상관측탑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탑은 WMO의 ‘기상측기 및 관측법위원회(CIMO)’로부터 시험관측소(Testbed)로 지정됐다. 시험관측소란 세계의 각종 기상기술 장비를 설치해 다른 장비와 비교 실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 탑은 중국 북경의 기상관측탑(325m)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이 탑의 건설현장 관계자는 “이 탑은 큰 기둥 하나에 600톤(t)의 규모로 이뤄져 있다”면서 “7.0규모의 강한 지진과 73m/s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탑의 △10m △20m △40m △60m △80m △100m △140m △180m △220m △260m △300m 등 11개 층에는 기상관측 장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측붐대’가 있다.
이 관측붐대는 남쪽과 북서쪽, 북동쪽 3방향으로 설치돼 있어 기상관측시 탑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3차원 기상장비 시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탑은 2015년까지 한반도의 기후변화 감시와 이에 따른 대응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대기오염과 방사능 등 26개 요소의 138개 관측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여기서 수집되는 정보는 향후 기후 연구뿐만 아니라 농림과 생태, 환경 분야로 확대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음달부터는 풍향과 풍속, 온·습도를 본격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특히 이 탑은 기상관측 연구자의 숙원을 풀어주는 동시에 세계 기상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초석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안용모 광주기상청 기후과장은 “그 동안 대기의 움직임을 지표면에서만 관찰했다면 이 탑을 이용해 지표와 상공의 중간에 있는 경계층의 대기 상태를 연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 탑은 기후관측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도 병행할 수 있어 기상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