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8시45분께 서울 삼성동 38층짜리 아이파크 아파트에 LG전자 소속 민간 헬리콥터가 충돌해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이 헬기는 이 아파트 102동 24~26층에 충돌한 후 아파트 화단으로 추락, 조종사 박인규(58), 부조종사 고종진(37)씨 2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21~27층까지 창문이 깨지고 외벽이 상당 부분 부서졌지만,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다. 피해를 입은 아파트에는 27명의 주민이 있었지만 사고 직후 신속히 대피해 추가 피해는 없었다.
충돌 당시 아파트 26층에 있던 여성 1명이 충격에 놀라 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찾는 중이다. 아파트와 충돌 후 추락한 헬기는 꼬리날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모두 파손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파손됐다.
강남구청은 강남구 소재 오크우드 호텔을 주민들이 생활할 임시 거처로 확보했다. 구청은 관계기관과 함께 헬기와 충돌한 아파트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을 할 계획이다.
사고 헬기 기종은 8인승 시콜스키 S-76 C++으로 LG전자 소속의 민간헬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재당국 등에 따르면 이 헬기는 이날 8시46분께 김포공항에서 출발, 잠실에서 LG 임원을 태우고 전주로 가기 위해 잠실 선착장으로 이동하던 중 헬기 프로펠러가 아파트 창문에 부딪히면서 지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2007년에 구입한 헬기로 오래된 헬기는 아니다”면서 “직원들이 지방사업장을 오갈 때 회사 인터넷을 통해 신청해 사용하는 헬기로 LG전자가 보유한 2대 중 1대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헬기가 김포공항에서 이륙할 당시 이륙을 위한 시정(visibility) 조건은 모두 정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날 공군 관측소 중 사고 지점에서 약 5km 떨어진 성남기지에서 측정한 가시거리는 오전 9시 당시 800m,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같은 시간 측정한 가시거리는 1.1km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가시거리가 1km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안개’, 1km 이상이면 옅은 안개인 ‘박무’가 낀 것으로 판단한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평소 안개가 짙게 낄 경우 아파트 고층부를 덮는 날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짙은 안개로 헬기가 시야를 잃고 아파트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추가 조사해야한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300여명을 투입해 추락한 헬기 잔해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해 병원으로 옮긴 한편 관계자 외 다른 사람의 현장 접근을 금지하고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수습본부를 서울항공청에 설치하고 사고조사관 5명을 급파,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