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공부를 안 해서 화가 납니다. 어떡하죠?” “승진에 탈락해 괴롭습니다” “인생의 목표를 모르겠습니다” 등등 쏟아지는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하는 사람이 있다. 즉문즉설(則問則說) 강의를 펼치는 법륜 스님이다.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명쾌한 가르침을 주는 법륜 스님이 서점가를 점령했다.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한 혜안이 담긴 그의 책 ‘인생수업’이 4주간 베스트셀러 1위(한국출판인회의 제공, 11월 1주)를 차지했다.
법륜 스님은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는 정토회의 설립자다. 그는 현대인들의 공허함과 인간성 상실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대안적 삶을 제시했다. 또한 개인의 삶과 수행이 결코 둘이 아니라는 생각을 기초로 기아·질병·문맹 퇴치 운동, 인권·평화·통일 운동, 생태 환경 운동 등도 실천하며 존경받는 사회지도자로 떠올랐다.
법륜 스님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스님의 책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저자 혜민 스님은 지난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와 올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는 등 출판계 ‘스님열풍’의 주역이었다.
혜민 스님은 2000년 봄 해인사에서 조계종 승려가 됐고,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 주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혼자보다 함께’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트위터가 빠른 속도로 리트윗된 이후 영향력 있는 트위터 사용자가 되기도 했다. 특히 그가 세운 출판계 기록은 주목할 만하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출간 13개월 만에 200만 부 돌파로 비소설 단행본 중 최단 기간 200만 부를 돌파했다.
지난 2010년 3월 입적한 법정 스님의 에세이 ‘무소유’는 스님의 책의 고전이라 불린다. 그는 책에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고 지론을 폈다. 물질 지상주의적 사고에 의미 있는 성찰을 제시한 그의 책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외환위기 전까지 판매량 약 100만 부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 들어 200만부를 돌파하기도 했다.
스님 저자의 책 열풍이 서점가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현상에 대해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세상이 복잡하고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것, 욕망하는 대상이 너무나도 크고 그런 것에 비해 충족시키는 것은 작다”며 “그 결핍을 채워야 하는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른 길을 제시하는 존재가 바로 스님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