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사소통 능력에 주안점을 둔 공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F Education First 학술연구 부문 수석 부사장인 크리스토퍼 맥코믹 박사(Christopher McCormick, PhD·사진)는 최근 ‘한국 영어학습 현황과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지난 5일 롯데호텔 서울 본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맥코믹 박사는 세계 각국의 성인 평균 영어실력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인 EF 영어능력지수(English Proficiency Index, EPI)를 발표했다.
EPI는 EF Education First가 전세계 국가의 영어실력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는 연구로 성인들 대상으로 문법, 어휘, 독해, 듣기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EF Education First의 한국 지사인 EF코리아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공식 외국어 교육기관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설립됐으며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이번에 발표된 지표는 지난 2007~2009년 44개국 20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1차와 2009~2011년 54개국 170여만명을 대상으로 한 2차에 이은 3차 결과다. 3차 결과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60개국의 성인(18~50세 일반 성인) 7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이번 3차 연구에서는 총 6년 간 성인 500만 명의 시험 결과를 토대로 영어 학습 트렌드 및 신장 추세에 대한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지난 6년간의 연구결과 영어능력지수가 높을수록 경제성장 지표와 정관계를 이뤘다. 또 이 지수가 성장하고 있는 나라들은 연구개발(R&D)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터키와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지난 6년 간 영어 실력이 현저히 향상됐다. 특히 BRICs 국가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과 칠레, 콜롬비아 등 일부 남미 국가들도 영어실력이 향상됐다.
반면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영어에 취약한 지역으로 나타났고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공교육과 사교육을 합쳐 평균 2만시간 정도를 영어에 투자할 정도로 교육열은 높아졌지만 지난 6년 간 EPI는 미동이 없었다.
이에 대해 맥코믹 박사는 “그동안의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본다면 한국 정부의 정책과 실제 교실에서 적용되고 있는 수업의 내용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면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적용하려는 정부의 고민과 노력이 실제 학교시스템에 그대로 옮겨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에게 반복 학습과 암기만 강요하는 기존의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한국인의 영어능력이 확연하게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 EPI 테스트는 Language use, 즉 ‘문맥상에서의 언어사용 능력’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문법, 어휘, 독해 위주의 한국 영어교육을 받아온 성인들의 영어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좌담회에서 정부가 영어교육 및 국민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키플레이어(Key player)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국내 영어교육의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개선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맥코믹 박사는 “영어교육의 기반은 학교이기 때문에 영어 의사소통 능력에 주안점을 둔 공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또한 올바른 교사 훈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최선의 해결책을 정부와 기업, 학부모,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