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낮춰 디플레이션과 유로 강세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는 이날 정례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50%에서 0.25%로 낮췄다. 이는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과 다른 결과였다.
블룸버그통신이 ECB의 금융통화정책 회의에 앞서 70명의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날 금리 인하를 전망한 경우는 3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이날 금리를 동결하고 오는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ECB가 통상적으로 12월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주요 통화정책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도 ‘12월 금리 인하설’에 무게를 실었다.
ECB는 10월 물가상승률이 0.7%로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해 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ECB는 물가상승률 관리 상한선을 2.0%로 제시하고 있지만 상한선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삼고 있다.
스티븐 루이스 모뉴먼트시큐리티의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금리 인하 시기를 연기했다가 물가상승률이 추가 하락하면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해석했다.
유로화 강세 역시 ECB의 금리 인하 결정의 배경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면서 유로화가 최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재무장관과 프랑스 산업장관은 유로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을 ECB에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오늘 결정에 유로화 강세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은 최근 2주간 2% 정도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유로 약세는 ECB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C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았다면 언제든지 유로화 강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디플레이션 분위기에 따른 내수 부진 상황에서 유로화 강세까지 더해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경제 회복 속도를 더욱 더디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금리 인하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