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반 가까이 이어진 삼성 신경영 20주년 만찬의 마지막 순서는 가왕 조용필의 무대였다. 조용필은 마지막 곡 ‘킬리만자로의 표범’를 열창한 후, 인사차 이 회장에게 다가섰다. 그러자 이 회장은 뜻밖에도 조용필을 꼭 끌어안았다. 각자의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두 거장의 뜨거운 포옹이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평생 한 길을 걸으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이 회장이 가수로서 비슷한 길을 걸어온 조용필에 대해 동질감에서 우러나온 애정과 경의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조용필은 댄스곡 ‘바운스’로 젊은 층까지 아우르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삼성의 신경영 취지와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28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350여명의 삼성 계열사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념 만찬에서는 신경영선언의 해인 ‘1993’과 연관된 이벤트도 벌어졌다.
먼저 이건희 회장에게 신경영 어록을 담은 크리스탈 상패, 신경영 책자 등 기념품을 증정한 임직원 남녀 대표는 1993년 입사한 남성 임원과 1993년 당시 삼성 어린이집에 다녔던 여성 직원이다. 만찬 와인도 역시 신경영 20주년을 기념해 1993년산이 테이블에 올랐다. 식전주로는 ‘모엣샹동 그랑 빈티지 1993’이라는 스파클링 와인이, 전채요리엔 화이트 와인인 ‘발트하사 레스 하텐하이머 슈첸하우스 리즐링 카비넷 1993’이 각각 준비됐다. 와인은 이 회장이 직접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만찬장 로비에는 삼성 신경영을 조명한 국내외 38권의 도서와 계열사별로 업종별 특성에 맞게 전시한 신경영 상징 조형물이 전시됐다.
한편, 이 회장이 퇴장할 때에는 만찬 행사 시작 당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모습을 나타내 관심을 끌었다. 이 사장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요청한 국정감사 참고인 소환에는 해외 출장 등의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이 사장의 늦은 참석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감에 불참한 이 사장이 삼성 내부 행사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장하기는 다소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시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