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잘 했던 신승훈이란 말 대신, 노래를 할 줄 알았던 신승훈이란 말을 듣고 싶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음악에 목말라했다. 지난 23일 4년 만에 나온 신보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는 그 갈증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타이틀곡 ‘쏘리(SORRY)’를 비롯해 아홉곡이 밀도있게 들어찬 이번 앨범은 가수 신승훈(45)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2006년 정규 10집 앨범을 발표한 신승훈은 정규 앨범을 내지 않는 시간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고심 끝에 그는 11집을 발매하기 전에 음악적인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6년에 걸친 3부작 프로젝트 앨범이다.
“지난 6년의 시간이 정말 소중했어요. 무엇보다도 이 곡들을 쓰기 위한 과정이 제게 중요했어요. 3부작 프로젝트는 1집부터 10집까지의 에필로그이자 앞으로 나올 앨범의 프롤로그입니다.”
2008년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과 2009년 ‘러브 오클락(LOVE O’CLOCK)’ 이후 3부작의 마지막 앨범 ‘그레이트 웨이브’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공백이 있었다. 음악이 싫어진 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그 시간 동안 어떤 음악도 듣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계속 음악을 해야 되는데 4년 정도 쉬는 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어요. 9~10개월쯤 전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는 하루 종일 음악만 들었습니다. 모든 팝송과 가요를 다 들어봤어요. 계보를 다시 세워보고 공부한 게 맞는지 음악 잘 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검증해봤죠.”
그동안 가수 신승훈의 활동에만 전념하던 그는 곧 프로듀서 신승훈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미 연습생들을 뽑아서 직접 가르치고 있다. 그는 1년 동안 배워야 할 내용을 한 달 안에 마스터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고 귀띔했다.
“K팝 아이돌들과는 다른 방향의 후배를 양성하려고 해요. 지금 우리 가요계는 한 쪽으로 치우쳐 있어요. ‘왜 이럴까’ 푸념하기도 했는데 그게 아니라 제가 잘 해야 하는 거였어요. 그러면 가요계의 방향이 제 쪽으로 넘어올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는 K팝 아이돌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이미 구축된 시스템 안으로 가수를 집어넣으니까 각자의 개성이 없어지고 있어요. 너무 많은 교육을 받다보니 목소리가 다들 비슷하잖아요. 예전에는 개성 있는 목소리가 많으니까 모창할 만한 가수도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인기 있는 가수라도 ‘목소리가 어땠더라’하고 생각하게 돼요.”
신승훈을 자신을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우리 가요계에서 아티스트란 칭호를 받을 만한 사람은 조용필 뿐이다.
“음악에 재능 있는 사람은 뮤지션이고, 노래 부르는 게 좋은 친구는 가수죠. 우리나라도 아티스트가 많이 나와야 해요. 제 생각에는 조만간 그런 시기가 올 것 같아요. 일본 가요계도 한 때 아이돌 시대였던 적이 있지만 이제는 아이돌과 가수, 아티스트가 다 구분된 것처럼요.”
데뷔 이래 약 1700여 회의 공연을 펼친 신승훈은 다음달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대형 콘서트 ‘2013 더 신승훈쇼-그레이트 웨이브’를 연다. 특히 그는 자신의 콘서트 사상 최초로 후배 뮤지션과 합동 무대를 펼칠 계획이다.
“2004년 처음 시작한 ‘더 신승훈쇼’ 시즌1의 마지막 공연이 될 거에요. 제 공연을 많이 보신 분들도 이번 공연을 놓치면 후회할 거라고 장담해요. 그동안의 공연 노하우를 살려 음악은 물론 제 모든 것을 다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