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는 글로벌 경기침체, 경제민주화 등 안팎에서 불어오는 한파에 잔뜩 움츠린 채 줄곧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중요한 시기에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렇다고 안주할 수만은 없는 일. 재계는 앞으로 5년,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기지개를 켰다. 기술 사업화,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외국 기업과 합작 등 직·간접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성장동력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래를 약속한다” 신수종 사업 활발 = 삼성은 5대 신수종 사업에 대해 계열사별 역할 분담을 끝내고, 부품소재·의료기기·바이오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단, 업황이 좋지 않은 태양전지와 LED(발광다이오드) 부문은 사업영역 일부를 축소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최근 삼성은 부품소재 사업 강화를 위해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부품소재 사업 고도화를 위해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양도하기로 한 데 이어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코닝의 지분 7.4%를 23억 달러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대신 코닝은 삼성이 보유한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코닝은 스마트폰 화면을 덮는 특수 유리를 삼성전자와 애플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 광섬유, 세라믹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삼성이 앞으로 차세대 소재사업을 강화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자동차를 앞세워 신수종인 전기자동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말 소형 전기차인 ‘TAM’을 양산하고, 내년 상반기에 준중형급 전기차를 출시한다. 현대차의 준중형급 전기차 출시 시점이 2015년 하반기인 만큼, 기아차는 그룹에서 추진하는 신사업 개척의 선봉을 맡게 된다.
◇‘함께, 그리고 멀리’… 시너지가 발판 = 신성장동력 창출 기반을 다지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에 가장 적극성을 띠고 있는 곳은 SK그룹이다. 이중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만 3건에 달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먼저 올 초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콘티넨탈과 함께 ‘SK-콘티넨탈 이모션’을 출범시켰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과 콘티넨탈의 자동차 부품(배터리 팩) 기술이 접목되면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내 유통망 확대를 위해 베이징자동차그룹·베이징전공과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지난 7년간 시노펙과 추진해온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석유화학 합작공장의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이 공장에는 한·중 석유화학 합작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인 3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적극적인 M&A로 성장동력 확충 = M&A는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손꼽힌다. 사업 확장을 통한 외연 확대는 물론, 핵심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한꺼번에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에서도 롯데와 CJ는 ‘M&A 시장의 큰손’으로 불릴 만큼, 기업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의 경우 지난해 말 신동빈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좋은 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반드시 성사시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로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는 2008년 인도네시아 마크로, 2009년 중국 유통업체인 타임스, 2010년 GS리테일의 백화점(3곳)과 할인점(14곳)을 인수했다. 2011년엔 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 인수에 성공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롯데는 올 초 금융권과 매칭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M&A 펀드를 조성,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CJ도 M&A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3년 전 인수한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이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탈바꿈한 게 대표적이다. CJ는 우선 CJ대한통운과 CJ GLS를 통합한 후 지난 4월 전 세계 200여개의 물류 대리점을 보유한 중국의 스마트카고를 인수, 글로벌 네트워크를 한 번에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