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대기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 특혜

입찰금지 지원사업 참여… 사실상 독점

수출입은행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대기업에 수천억원의 특혜를 제공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이 금지된 대기업을 기금 지원사업에 대거 참여시키면서 사실상 대기업이 해당 사업을 독점토록 한 것이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수출입은행과 조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7958억원 규모의 EDCF 지원사업에서 GS건설 등 9개 대기업에 부당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 지침인 ‘EDCF 운용관리규정’에는 국가계약법에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기업에 3년간 기금 지원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은은 이 같은 규정을 어기고 GS건설, 삼성물산, 금호산업 등 9개 기업에 특혜를 줘왔다.

GS건설은 2011년 조달청과 도로공사로부터 입찰 관련 허위서류 제출 사유로, 올해엔 조달청과 수자원공사로부터 담합 주도 사유로 입찰금지 제재를 받았다. 그럼에도 수은은 GS건설에 2011년 방글라데시 송전만 개발사업과 베트남 빈틴교량 건설사업, 지난해 모잠비크 GAZA주 송배전망 확충사업과 탄자니아 송전망 확충사업, 올해 베트남 밤콩 교량 건설사업 등 총 3249억7100만원의 계약을 체결토록 했다.

코오롱글로벌도 2011년 토지주택공사와 조달청으로부터 입찰 관련 허위서류 제출로 입찰금지 제재를 받았지만 같은 해 스리랑카 상수도 개발사업 및 지난해 가나 상수도 건설사업에 참여해 총 1415억200만원을 벌어 들였다.

삼성물산 역시 입찰이 금지된 상태에서 2011년 말리 정부행정망 개발사업과 지난해 보스니아 병원 현대화 사업, 카메룬 직업훈련소 건립, 탄자니아 송전망 확충사업 등 979억 상당의 공사를 따냈다.

이 밖에 금호산업 642억8200만원, 한신공영 419억6400만원, 현대엠코 416억2800만원, 삼성SDS 384억8300만원, 한진중공업 255억7700만원, 한일건설 195억6100만원 등 수많은 대기업이 특혜를 받았다.

이 같은 부당 특혜로 EDCF 지원사업은 대기업 독점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2008년 이후 올 9월까지 전체 구매계약 체결액의 74.7%(2조3830억원)를 대기업이 수주했다.

수은은 법무법인 검토 의견을 통해 “EDCF 지원사업의 참여가 제한되는 자는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가 아닌 EDCF 지원사업 관련 문제유발자 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의미한다”며 “국가계약법은 우리정부의 계약에 관한 것으로 우리정부의 계약 관련 부정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외국정부가 발주하는 EDCF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