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통신재벌 슬림, KPN 인수전서 백기...시장은 환영

입력 2013-10-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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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통신업체 아메리카모빌이 1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통신회사 KPN 인수를 전격 철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카를로스 슬림 아메리카모빌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자선단체와 세계야생동물보호재단과 협약식에 참석한 모습. 블룸버그

멕시코의 통신재벌이자 세계 2대 갑부인 카를로스 슬림 아메리카모빌 회장의 유럽 공략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

멕시코 통신업체 아메리카모빌이 네덜란드 통신회사 KPN 인수를 전격 철회했다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앞서 슬림 회장은 최근 유럽 통신시장이 부진을 겪는 것을 틈타 유럽 통신회사에 대한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8월 9일 아메리카모빌은 70% 지분을 72억 유로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인수가는 주당 2.40유로로 당시 종가였던 2유로에 20%의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다.

그러나 KPN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FPSB KPN’은 지난 8월 말 콜옵션을 행사해 KPN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아메리카모빌의 인수 시도를 사실상 차단했다.

이와 관련해 KPN은 “(아메리카모빌)이 인수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인수 제안서를 제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카모빌은 “KPN이 인수가 인상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단을 조직했다”고 밝혔다.

양사의 협상단은 2주 전 만났으며 아메리카모빌은 인수가를 높이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아메리카모빌의 KPN 인수 불발 소식을 반겼다. 올 들어 16% 가까이 빠진 회사의 주가는 이날 3.7% 올랐다.

라틴아메리카 최대 통신업체인 아메리카모빌은 현재 2억62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슬림 회장은 홈그라운드에서 더는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KPN과 텔레콤오스트리아의 지분을 사들여 유럽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복잡한 구조의 유럽시장의 진출이 회사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슬림 회장의 유럽 진출 계획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마뉴엘 지메네즈 멕시코 바노르테은행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 철회가 아메리카모빌에는 득이 될 것이며 KPN에게는 실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슬림 회장은 현재 699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742억 달러를 갖고 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에 이은 세계 2위 부자다.

▲아메리카모빌 주가 추이. 16일 14.07페소.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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