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이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를 감시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의 인식은 너무나 안일해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지난 15일 공정위 국정감사장에서 만난 한 국장급 인사는 아모레 녹취 건을 얘기하다 “(대리점주들이 사측을) 살살 약 올려서 험한 소리하게 만들면 되겠다”고 비꼬았다. 앞으로 또 다른 막말 녹음파일이 나올 경우 대리점주들이 의도를 갖고 욕설을 유도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식이다.
그런가하면 공정위 한 고위관계자는 남양유업 사건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던 지난 6월 기자들과 가진 식사자리에서 피해 대리점주들을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에 비유하며 모두 제대로 대응 못해 괴롭힘을 당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갑을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을이 갑처럼 구는 경우도 많다. 목 좋고 장사 잘되는 곳은 오히려 영업사원들이 쩔쩔맨다”면서 “학교폭력도 보면 덜 떨어지고 무기력해 보이는 애들이 당한다. 반항하고 자기 주장을 확실히 말하는 애들한테는 지속적으로 안한다”고 했다.
비유의 부적절성은 차지하고라도 ‘갑의 횡포, 을의 눈물’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발언이다.
‘갑의 횡포’ 신고를 받았던 참여연대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대부분은 긴 하소연과 푸념을 늘어놓다가 신고조차하지 않고 끊어버렸다고 했다. 본사의 보복이 두려워서다.
공정위는 이미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남양유업방지법’은 교각살우 격이라 제정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갑’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듯한 이러한 발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고 있을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갑질’ 감시에 나서는 게 맞다. 편의점이나 대리점주들이 나약하거나 불순하다고 생각하기보단 이들이 받는 고통과 피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