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건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간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마지막에 웃은 팀은 두산이었다.
14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양팀의 경기는 경기 시간만 5시간에 육박할 정도로 혈투였다. 연장 13회에 승부가 갈렸을 정도로 끝까지 알 수 없는 경기였고 야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모두 들어있는 드라마틱한 한판이었다.
양팀은 3회까지 득점 없이 0-0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산은 4회초 공격에서 먼저 0의 균형을 깼다. 1사 후 오재일이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5번타자 홍성흔까지 볼넷을 얻어 1사 1,2루 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 상황에서 후속타자 이원석은 나이트의 4구째 슬라이더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익수 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나이트는 4이닝 동안 피안타 3개와 볼넷 3개를 내줬지만 이원석에게 허용한 홈런을 제외하면 두산 타선을 비교적 잘 막았다.
하지만 문제는 넥센의 타선이 두산 선발 유희관에게 완전히 막혀 버린 것. 넥센은 4회 이택근이 몸에 맞는 볼 1개만을 얻었을 뿐 7회까지 유희관에게 노히트의 수모를 당했다. 8회 선두타자 김민성이 좌중간 안타를 치며 노히트를 경기를 면했을 정도로 철저하게 유희관에게 농락당했다.
하지만 넥센에게는 박병호가 있었다. 박병호는 9회말 1사 2사 1,2루에서 니퍼트를 상대로 중견수쪽 백스크린 상단을 때리는 극적인 동점홈런을 치면서 경기를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야구계의 격언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9회초 공격에서 1사 1,3루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이 상황에서 오재원의 1루 땅볼에 3루 대주자 허경민이 홈으로 쇄도하며 간발의 차이로 아웃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연장전에 돌입한 양팀은 손승락과 니퍼트가 계속해서 마운드를 지켰다. 손승락과 니퍼트는 9회부터 등판해 팀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니퍼트는 10회까지, 손승락은 무려 12회까지 역투하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넥센으로서는 마무리 손승락이 한계 투구수를 훨씬 넘어서면서까지의 역투하는 동안 경기를 끝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결국 69개의 공을 던진 손승락은 12회를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13회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강윤구. 그는 이종욱을 대신해 대타로 등장한 최준석에게 큼지막한 역전 솔로 홈런을 맞았다. 두산의 4-3 리드. 강윤구는 후속타자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주며 아웃 카운트를 단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이정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두산은 패스트볼로 정수빈이 2루까지 진루했고 민병헌의 우익선상 2루타에 홈으로 밟으며 5-3으로 달아났다. 이후 두산은 2사 1,2루로 찬스를 이어갔고 이 상황에서 오재원이 우익수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치며 8-3까지 달아나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넥센은 13회말 공격에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지만 대타 오윤이 1루 라인드라이브 아웃으로 물러나며 2루주자까지 아웃돼 아쉬움이 컸다. 이후 이택근이 투런 홈런을 치며 5-8까지 따라붙었지만 이미 승부는 기운 상태였다. 두산은 마지막 타자 박병호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