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14일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원의 판결을 두고 격돌했다.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대리투표 사건에 무죄가 선고된 것을 두고 “상식 이하”라고 비난했고, 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엄정 조치를 촉구하는 데 집중했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대리투표 무죄 판결에 대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면서 “선거 질서를 어긴 사건에 대해 법원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식적인 판결을 내렸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때에 따라서는 당비를 낸 사람에 대해서만 투표권을 주는 등 보통·평등선거 원칙은 변경할 수 있지만 대리투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허용 규정과 서면위임장 등이 있어야 한다”며 “법원이 일반원칙에 따라, 자연법과 관습법에 따라 판결을 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 대리투표를 한다면 학생들이 납득하겠나”면서 “중앙선관위에서도 전자투표 도입을 검토했다가 대리투표 가능성 때문에 철회했는데 법관이라면 이정도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례대표 후보는 순위에 따라 국회의원이 되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뽑는 것과 가치가 비슷하다”며 “다른 법원에서는 다 유죄판결 내린 것을 (이번에 무죄판결 내렸는데) 법이라는 것은 예측가능하고 국민 상식에 맞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원세훈·김용판 재판의 증거물과 압수물, 증언 등을 종합하면 이 범죄는 조직의 경계를 넘나드는 범 조직적 대선 개입 사건”이라며 법원의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국정원의 서울청 담당 정보관과 서울청 수사계장이 5일 간 50여차례의 통화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 국정원과 새누리당 대선 캠프, 서울지방경찰청이 조직 경계를 넘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있다”며 “(원세훈·김용판이) 개인범죄로 기소됐는데 조직범죄로 규정하고 선거법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국정원 사건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이라는 정보기관이 불법 개입한 사건으로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의 압력, 박근혜 캠프 관계자의 조직적 개입이 수사를 통해 밝혀진 만큼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판결이 내려진 사건에 대한 여야의 지적에 대해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은 “모든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해오고 있고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한편 여야는 상대당 의원들의 발언이 법원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두고 설전도 벌였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기소 내용이 마치 팩트이자 유죄가 틀림없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유죄선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법에 따라 국정감사에서는 수사나 재판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도 재판에 대해 언급했는데 자기 눈의 들보가 안보이면 어떡하느냐”고 받아치는 등 여야가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