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최대 전성기다. 이젠 개봉만 하면 어느 정도의 흥행을 기대하는 것이 극장가 정설이다. 13일 현재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소원’, ‘깡철이’가 박스오피스 1~3위를 차지하고 있고, 개봉한지 한 달이 넘은 ‘관상’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수치로 보면 더욱 실감난다. 올 한해 한국영화는 122편, 외국영화는 533편 개봉됐지만 흥행 성적은 한국영화가 1억390만명으로 6834만명을 기록한 외국영화를 압도했다. 매출액에서도 2390억원의 차이가 난다.
과거 스크린쿼터 제도에 목매던 영화계 현실과 비교해 볼 때 한국영화의 최근 선전은 고무적이다. 한국영화 관객 수의 증가는 향후 한국영화 발전의 가장 현실적인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결과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가 146일에서 76일로 대폭 감소된 것을 볼 때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그 영역을 확실히 구축했다. 할리우드 영화가 화려한 볼거리,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로 무장했다면 한국영화는 한국적 정서를 움직인다.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과, 환경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기며 범접할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외형적으로 한국영화의 관객 수가 늘고, 판이 커졌지만 다양성 감소,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외형적 수치로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쉽지만 ‘뫼비우스’, ‘천안함 프로젝트’가 보여준 것처럼 흥행에만 급급한 한국영화의 천편일률적인 개봉은 문화적 궁핍을 가속화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