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이 그 사회의 지속과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일정부분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특권적인 부분을 포기하는 것인데요.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대부호인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 역시 사회 자선활동에 거액의 재산을 기부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습니다. 이들처럼 금전적인 환원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책임을 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거나 사람들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대중들에게 어떠한 보상 없이 기부하는 것인데요, 특히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우선 한국 전쟁 당시 미군 장성들의 자제가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한 일이 있는데요, 그들 중에는 육군원수와 유엔군 총사령관의 자제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당시 미 8군 사령관의 아들이 조종하는 전투기가 격추되었고 수색작전에 돌입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는데요, 이 때 사령관은 전시에 자신의 아들만 특별대우를 받을 필요는 없다며 수색작업을 중단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도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층 자제의 군복무 문제는 정말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남의 전쟁에 발벗고 나서서 전사한 해외 고위층들을 생각해보면 과연 우리나라는 상류층의 책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의문이 듭니다.
특히 고위층들의 탈세와 횡령, 사기 혐의 등은, 상류층의 책임의식에 반하는 전형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부유하고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누고 베푸는 정신은 없는 것일까요? 과거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신라시대 왕족 및 귀족의 자제들로만 운영되었던 ‘화랑제도’의 경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습니다. ‘임전무퇴’의 정신을 바탕으로 상류사회의 국가적,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한 그들의 행동으로 통일신라가 천 년이나 발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 민족은 원래 역사적으로 나눔과 베풂을 통해 한민족으로서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민들 사이에서는 ‘두레와 향약’과 같은 농촌사회 공동체정신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며 십시일반으로 힘든 일도 헤쳐나갔습니다.
특히 깨어있는 ‘선비’들은, 자신이 양반이라고 해서 특권을 남용하거나 백성들을 괄시한 것이 아니라, 청렴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백성들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근대에도 ‘유한양행’의 고(故) 유일한 박사님께서는, 당시 만연된 도덕적 해이를 경계하시며 정경유착, 탈세, 마약 생산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하며 끝까지 실천하셨습니다.
이렇듯, 우리네의 나누고 베푸는 정신을 다시금 계승하고 현재 만연한 도덕적 해이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기부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사회지도층이 솔선하여 금전적, 재능적 기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물론 책임을 다하는 상류층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이나 대우는 그에 걸맞게 하고, 기부를 통한 세금 혜택 등의 제도를 정비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해야 할 텐데요, 또 기부의 대상이 되는 개인이나 조직의 투명성과 신뢰성 역시 제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가정과 학교에서도 기부와 자선활동에 대한 관념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체화될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할 텐데요, 교육기관과 학생,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돈을 버는 것은 기술이지만 돈을 쓰는 것은 예술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요, 앞으로 우리나라가 경제 선진국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의식수준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지도층들의 모범적인 행동과 우리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손계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ㆍ한국선진화포럼(www.kfprogress.org) 홍보대사1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