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각종 사회적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종교분쟁을 겪는 터키 다음이다. 2009년 4위였지만 2010년에는 2위로 악화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갈등이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82조~24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면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회갈등은 계층, 세대, 남녀, 노사 등 다수의 영역에 걸쳐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있으며, 국민은 상대적으로 계층 갈등이 심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계층갈등, 어울릴 수 없는 이웃
지난 5월 목동·잠실을 포함한 행복주택 시범지구 후보지 7곳이 발표됐다. 행복주택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으로 20만 가구를 짓겠다는 것이다. 현재 오류·가좌 지구 2곳은 행복주택 지구로 지정되면서 사업 추진이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목동 등 5곳은 해당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행복주택 2800가구를 계획한 목동지구의 경우 주민의 반대가 가장 심하다.
주민은 반대 이유로 교통체증과 과밀학급을 꼽는다. 실제 과밀학급은 인근과 비교하면 우려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계층갈등’이 근본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은 허리가 휠 정도의 투자를 하면서 목동에 정착했는데, 행복주택(국민·영구임대)이 들어서게 되면 이곳 학생들과 섞여 학군이 나빠질 것을 염려한 것이다.
실제 8학군에 속하는 목동 A중학교는 신설 학교지만 지난해 중3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순위가 상위 3.4%로 우수했다. 반면 인근 신월동의 B중학교는 하위 24.1%로 저조했다. 같은 공립학교로 교육환경은 B중학교가 우수하지만 성적은 정반대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37.7%에 달하는 응답자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갈등요인으로 ‘계층갈등’을 꼽았다.
또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성인 2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집단 간 갈등 중 계층갈등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9.0%가 ‘심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매우 심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27.6%에 달했다.
이와 함께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국내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2%가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답했다.
◇세대갈등, 복지·일자리 서로 ‘네 탓’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노인 인구의 급증과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복지 및 일자리 정책으로 세대갈등이 증폭됐다는 지적이다. 세대갈등은 무상 급식이나 무상 보육, 기초연금 등 복지정책에 세대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급속하게 확산 중이다.
대선 직후 한 포털사이트에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의 글이 올라왔다. 이틀 만에 1만명이 글에 동의했다. 재정 악화를 우려하면서 노인을 사회의 짊으로 표현했다.
이 글에 반발한 일부 5060세대가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하는 등 ‘세대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고령화 추세에 따라 청년층과 고령자 사이에서 고용과 복지 영역을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년연장 등 일자리는 물론 부동산 정책을 두고서도 세대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 정년연장 시 기업의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으로 생각하는 청년 구직자는 66.4%이며, 기업의 54.4%도 신규 채용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경기개발연구원 사회경제센터에 따르면 일자리 부족은 노인과 청년 두 계층 모두를 저임금 아르바이트 영역으로 이끌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독서실이나 고시원, 커피전문점 등 20대가 선호하는 일자리에 50대 장년층이 진입하는가 하면 반대로 가사 및 육아도우미, 청소 등에 20대가 몰리는 현상이 각각 2013년에는 2010년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부동산에 대한 인식도 5060세대는 가격 상승을, 2030세대는 가격의 하락을 희망하면서 갈등을 불러일으킬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의 주 소유자인 5060세대는 집값이 떨어지자 전셋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자, 주 소비층인 2030세대의 소득 일부분이 5060세대 소득으로 이전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남녀갈등, 여성 사회적 상황 ‘우간다’보다 낮아
여성의 사회적 지위 및 처우 등 상황이 과거에 비해 상승, 개선되면서 남성이 ‘역차별’을 거론하는 등 남녀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남녀갈등의 원인으로 여성의 지위상승과 남성중심 제도의 변화가 꼽힌다.
하지만 경제활동참가율, 임금수준, 사회보험가입률 등 여성이 처한 사회적 상황은 남성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이후 꾸준히 70%을 넘고 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 내외 수준이며, 작년 기준 임금 격차도 남성 290만원의 68%에 불과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2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젠더 격차지수는 0.6356으로 조사대상국 135개 중 108위로 필리핀(6위), 우간다(28위), 가나(71위)보다도 낮다.
이재광 경기개발연구원 사회경제센터 선임연구원은 현 사회를 ‘생활갈등’으로 규정한 갈등의 사회학 보고서에서 “급격하게 확산되는 사회갈등은 정부 차원을 넘어 갈등조정기구 설치 등 범사회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감의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통해 갈등을 예방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