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신화 박병엽 부회장이 채권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초 박 부회장은 자진해서 급여를 삭감했으며 간부급 사원들까지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며 회사 살리기에 나섰지만 실적 만회에는 실패했다.
박 부회장은 24일 사의 표명 후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담화문을 통해 “늘 역량 부재한 경영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아픔만을 드린 것 같다”며 “깊은 자괴와 책임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부디 이준우 대표를 중심으로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팬택으로 거듭나게 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며 “번거롭지 않게 조용히 떠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의 사퇴를 결심한 것은 최근 스마트폰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것과 관련해 채권단 등에 책임감을 느꼈고 워크아웃 당시부터 지금까지 업무를 쉬지 않아 건강상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의 사의 표명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워크아웃 졸업을 앞둔 지난해 12월에도 사의를 표명했다 약 1주일 만에 복귀한 바 있다.
팬택은 박 부회장의 사퇴 이후 공동대표인 이준우 부사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국내 사업의 경우, 라인업을 축소하고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 안정적인 수량을 확보해 수익구조를 개선코자 한다”며 “해외 사업의 경우 구글과 모토롤라, MS와 노키아, 애플 및 삼성으로의 시장 집중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기에 당분간 해외 사업은 점진적으로 축소해 고착화된 적자 구조 탈피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팬택은 당분간 해외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대신 국내시장에 집중도를 높여 현재 15만대인 월간 판매량을 20만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목표로 제시할 방침이다. 과거의 35만대 수준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일단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 것으로 1차 목표를 삼겠다는 것이다. 또 팬택 제품의 사후지원도 오히려 강화해 브랜드 가치를 장기적으로 키우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향후 팬택의 인력 감축은 구조조정 방식이 아니라 직원들로부터 6개월 무급 휴직 신청을 받아 시행하게 된다. 무급 휴직 규모는 800여명으로 팬택 전체 인력의 3분의 1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어 6개월 뒤에는 또 다시 3분의 1에 대해 휴직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무급휴직은 계속 순환된다.
한편 박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사퇴하면 팬택과의 인연의 고리는 끊어지게 된다. 현재 보유한 팬택 지분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