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승부수를 띄웠다. 제일모직의 모태 사업인 ‘패션’을 삼성 에버랜드에 양도하고 제일모직을 케미컬·전자재료 사업 등을 중심으로 한 ‘소재사업 전문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결의했다. 총 양도가액은 1조500억원이며, 주주총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 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등을 모두 이관할 예정이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양도는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회사 관계자는 “패션사업과 소재사업 간 시너지가 부족해 회사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 분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의 소재사업 전문기업 변신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소재사업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등 제일모직의 주력사업으로 자리 매김한지 오래다.
앞서 제일모직은 1954년 설립돼 직물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에는 패션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1990년대에는 케미컬 사업에 진출하고,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 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했다. 또한, 2010년부터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핵심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라인 증설, 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 합병 등 대형 투자를 통해 소재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제일모직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로 확보된 투자 재원을 통해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OLED 분야는 물론 기존 라인 증설 등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제일모직 박종우 소재사업총괄사장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 결정은 제일모직이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공격적이고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차세대 소재의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의 시너지를 획기적으로 높여 선도업체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주화 패션사업총괄사장은 “패션은 무엇보다 소프트 경쟁력이 중요한 사업이다. 리조트와 레저사업 등을 통해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맡게 돼 앞으로 더욱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제일모직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로 그간 논의되어 왔던 사명 변경을 본격 추진한다. 제일모직은 소재사업의 비중이 늘어나자 10년여전 사명 변경을 추진했지만 당분간 현 사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사명 변경과 사장단 인사는 사업이 이관된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