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은 서울중앙지검에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이 구성된 지 110일째 되는 날이다.
당초(5월 24일)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전담팀이 구성될 당시만 하더라도 검찰 내부에서조차 추징금 환수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과 여론의 지지라는 무기를 양손에 받아든 검찰이 '일가 형사처벌'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면서 마침내 전씨 일가가 백기투항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담팀은 추징법이 시행된 지 나흘 만인 7월 16일 전씨 사저에 대해 재산압류 처분을 내림과 동시에 일가 소유의 회사 사무실과 주거지 17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후 검찰은 지난 달 12일 전씨 일가 중 가장 먼저 처남 이씨를 소환함으로써 전씨의 미납추징금 관련 활동이 '환수'에서 '수사'로 본격 전환됐음을 선언했다.
이어 검찰은 다음날 전 전 대통령의 조카 이재홍씨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했다.
아울러 14일에는 처남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전씨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일 차남 재용씨가 검찰에 소환되자 전씨 측의 변화 움직임이 서서히 감지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재용씨는 강도 높은 검찰의 소환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추징금 자진납부 의사를 묻는 질문에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라고 전했다.
이를 전후해 일가는 전씨의 연희동 자택에 모여 미납 추징금을 분담해 자진 납부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고, 결국 9일 변호인을 통해 공식 납부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했던 추징금 환수 작업이 일단락됐다.
일각에서는 전씨 일가가 16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납부키로 결정한 것은 검찰 수사로 인해 사업상 차질을 빚으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육사 11기 동기생이자 '60년 지기', 대통령직을 물려주고 이어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근 미납 추징금을 완납한 점도 전씨 측의 심경 변화를 몰고 온 요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노 전대통령 측은 동생 재우씨와 전 사돈인 신명수 신동방그룹 전 회장 간의 합의를 통해 미납금 230억원을 지난 4일 모두 납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