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10년 1월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1고로 화입식(처음 불씨를 넣는 작업)에서 이 같이 말했다. 1978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인천제철을 인수한 뒤 32년 만의 일이었다.
일관제철소는 제선, 제강, 압연 3개 공정을 모두 갖춰 쇳물부터 제품까지 한번에 만들 수 있는 제철소를 말한다. 현대차그룹에게 일관제철소 건설은 쇳물로 차량용 강판을 만들고 다시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그룹의 자원순환 고리를 완성한 것을 뜻한다.
현대차그룹의 자원순환 고리가 이달 13일 7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13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3고로 화입식에 참석한다. 정 회장은 2006년 일관제철소의 첫 삽을 뜬 뒤 2010년 1월 1고로, 같은 해 11월 2고로의 완공식에 모두 참석했다. 그는 이번 3고로 완공식에서는 그룹의 새 도약을 강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진 3고로 완공으로 연간 120억 달러(13조원)가량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게 된다. 물량으로 800만톤에 달하는 규모다.
또 제철소 운영으로 인한 생산 유발효과는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산업조직학회는 분석했다.
당진 3고로 완공은 현대제철이 세계 10위권의 철강사로 뛰어오르는 계기이기도 하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1710만톤의 조강을 생산해 생산량 기준 16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당진 3고로의 완공으로 현대제철의 생산능력은 기존 2000만톤에서 2400만톤으로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11위였던 인도의 타타스틸, 중국의 산동그룹을 웃도는 생산 규모다.
정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고로 3호기의 완공을 통한 세계 최고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질적인 성장과 내실을 강화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세계적 제철소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당진 3고로의 완공으로 현대차그룹의 자원순환 고리도 더욱 강화된다. 현대제철이 고로로 열연강판을 만들면 현대하이스코가 이를 원료로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만들어 현대기아차에 공급한다. 또 현대기아차에서 폐기된 자동차는 현대제철 전기로의 철스크랩 원료로 재활용된다.
이 같은 자원순환 고리는 현대차그룹이 모두 1조1200억원을 투입해 만드는 차세대 특수강 공장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에게 일관제철소는 숙원사업이었다. 그는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로 불리는 그룹의 수직 계열화에 관심을 보였지만 과거 국영기업이었던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독점 시스템 때문에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정주영 회장의 못다 이룬 꿈은 그의 아들 정몽구 회장에게서 결실을 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