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동성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는 업종을 대상으로 마련한 회사채 안정화 방안이 겉돌고 있다. 실제로 회사채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현재까지 해운업계 수혜자는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정부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유동성 부족 문제를 겪는 건설, 해운, 조선 등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최대 6조4000억원을 발행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정부 방침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은 기존 ‘건설사 P-CBO(회사채담보부증권)’를 ‘시장안정 P-CBO’로 확대 개편하고 일반기업 회사채(50%)를 편입하기로 했다. 이는 일반 기업의 금융기관 대출 채권도 기초자산에 편입시키겠다는 의미다.
신용도가 낮아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해운업계에서는 1차 희망기업 신청 기간 동안 무려 30개 업체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27개 업체가 요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신청 자체를 거부당했으며 나머지 신청기업 3군데 역시 보증을 받기 위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모두 탈락했다. 이는 보증을 받기 위한 신보 기준을 요건화시킬 수 있는 회사는 없다는 의미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전무는 “기존에도 해운업계가 허덕였던 이유는 신보가 마련한 보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대출조차 받기 어려워 힘들었던 것”이라며 “정부가 보증 규모를 책정해 놨으면 기준도 낮춰야 하는데 이 과정 없이 회사채 활성화 방안만 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지난 1차 신청 때부터 정부에 기준 완화책을 제안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며 “기준이 완화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우려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신보는 해당 기준을 홈페이지에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본점과 지점 간의 기준 내용도 상당히 달라 혼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융기관에서 부실기업의 회생을 위해 융자해 주는 자금인 일명 종잣돈(시드머니) 지원도 연기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책정한 보증규모 6조4000억원 중 필요한 시드머니 규모는 8000억원으로 신보에서 1500억원, 금융위 등 나머지 기관에서 6500억원을 지원해 주기로 했지만 정부는 시드머니 지원을 내년으로 미룬 상태”라며 “정부는 그럴 듯한 정책만 발표하고 정작 급한 지원은 머뭇거리고 있어 우리는 지원책에 대한 그 어떤 체감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선주협회는 9월 보증 대상 기업 신청 시기에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보증 기준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