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의 야단법석] 잿밥에만 눈먼 코레일

입력 2013-09-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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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철도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31일 대구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상행선 KTX 열차의 통과를 기다리지 않고 본선에 들어가다 KTX의 옆 부분을 추돌했다. 사고로 무궁화호 열차의 기관차와 KTX 열차의 객차 8량 등 모두 9량이 탈선했다. 대구역으로 진입하던 또 다른 KTX 열차가 탈선된 KTX 객차를 추돌하는 2차 사고까지 발생했다. 사고 열차들에는 승객 1300여명이 탑승해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번에도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기관사, 여객전무, 관제실 사이에 신호 혼선 등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직후 코레일의 대응도 문제투성이다. 코레일은 사고 하루 전인 30일 새벽 2시 부산 금정터널에서 열차 화재사고에 대비한 인명구조 훈련을 했는데도 막상 실전에서는 두 손을 놓고 있었다. 특히 1차 사고 직후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우왕좌왕하느라 2차 사고를 막지 못했다. 다른 KTX에 사고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이다. 또 안내방송은커녕 승무원도 찾기 힘들었다. 승객들은 스스로 열차 창문을 깨고 비상 탈출을 하는 등 큰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심지어 수백명의 승객이 좁은 철로를 따라 걸을 때도 코레일은 이렇다 할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철도 사고라는 지적이 틀리지 않다.

열차 사고는 특성상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977년 11월 이리역 폭발 사고가 그랬고, 1993년 3월 구포역 무궁화호 열차 전복 사고가 그랬다. 이번처럼 직원 간의 의사소통이나 진입신호 오인 등의 사고도 여럿 있었다. 그때마다 코레일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반복되는 사고를 보면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은 예전 그대로다.

2010년 이후 열차사고는 알려진 것만 무려 20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KTX와 관련된 사고는 13건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특히 KTX는 시속 300㎞ 안팎의 고속 주행을 하는 만큼, 한순간의 실수는 곧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고로 4명의 경상자만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 아니 요행이 아닐 수 없다. 매일 10여만명이 요행을 바라고 열차를 타야 한다면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직원 간의 의사소통이나 신호체계, 관제시스템 오류 등 열차를 운행함에 있어 한 번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는 현 시스템은 분명 문제다. 코레일은 만사 제쳐 두고 1차, 2차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실패에 이어 수서발 KTX 노선을 운영할 자회사 설립 문제 등 엉뚱한 데 혈안이다. 또 14조3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데도 직원 인건비를 과다 지급하는 등 돈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코레일은 꼭두새벽 열차사고 훈련을 한다면서 요란 떨지 말고, 시스템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에 과감하게 메스를 대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열차 운행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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