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정치권에서는 내년도 예산에서 복지예산 순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지역 공약 사업 조절보다는 복지예산 조절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아직 그럴 때가 아니다”라며 하반기 경제여건과 세수가 나아질 것으로 낙관, 복지예산 순위 조절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다만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세출 절감을 통해 복지예산과 지역 공약 사업 재원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을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역공약실천특별위원회는 지난 2일 제6차 회의를 열고 각 부처로부터 사업별 세부 추진 시기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세출 절감과 관련한 지역 반발 및 일부 부처의 지역 공약 실천계획 로드맵이 완성되지 않아 9일로 연기했다. 현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청와대에 내년도 예산안 중 SOC 예산을 대거 삭감하는 세출조정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 추진 예산이 135조원에 달하는 데다 지방공약 이행에도 124조원의 재원 마련이 필요해 두 사업을 병행하기에는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상반기 관리재정수지가 역대 최대치인 46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상반기 세수부족 규모도 10조원을 넘어섰다.
또 정부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3%대로 낙관하면서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 출구전략과 신흥국 재정위기,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하반기 세입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어서 올 연말 최소 10조원의 세입 결손이 우려된다”며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추가 재정지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태성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하반기 세입이 늘고 지출 규모가 줄어드는 데다 7월 부가가치 징수액이 지난해보다 1조2000억원 증가하는 등 경제활성화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세수도 정상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며 “세수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연간 5조~6조원 규모의 불용 예산과 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하면 재정사업 집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부진에 따른 세수 부족이 소폭에 그치면 불용예산 활용으로 감내할 수 있지만 부족 규모가 커지면 정부 재정여력에 대한 불신으로 소비와 투자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공약 사업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며 기재부를 압박하고 있다.
경제팀도 복지예산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대통령 공약사항이어서 지역 공약 사업의 우선순위 조정과 SOC사업 축소로 공약가계부 예산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정된 재원과 올해 세수부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현재 정치권의 공세에 현오석 경제팀이 마땅한 묘책을 갖고 있지 않아 복지예산과 지역 공약 재원 확보가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