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의 기본적인 육성방향 패러다임을 다시 설정하라.”
박근혜 대통령의 일성으로 중견기업 육성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가진 중견기업 회장단과의 오찬에서 나온 건의사항을 적극 수렴해 중견기업의 애로사항인 ‘신발 속 돌멩이’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가업상속세·R&D공제 적용 범위 확대”
이날 오찬 자리의 화두는 가업상속세와 연구개발(R&D) 공제 적용 범위 확대였다. 박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사업을 하시면서 어렵고 힘든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길 바란다”면서 자연스럽게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중견기업 회장단은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매출액 3000억원 미만으로 제한돼 있는 점을 지적하며 대상 기준을 1조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가업상속 공제 대상을 매출 1조원 미만 기업까지 확대해 많은 중견기업인들이 실질적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R&D 공제 적용 비율과 대상 기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견기업 R&D투자세액 공제 적용 기업이 현재 매출액 3000억원 미만으로, 혜택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견기업 회장단은 매출액 범위를 1조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같은 질의에 박 대통령은 오찬에 참석한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한 부처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중견기업 발전 방향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중견기업이 되더라도 R&D, 세제 등 꼭 필요한 지원은 계속해서 기업의 부담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중기청은 당초 내달 3일 발표키로 했던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을 잠정 연기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을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에 수정 및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상법 개정에 따른 경영 부담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기준 변화, 화평법·화관법 등 규제 강화에 따른 관리비용이 증가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육성방향을 제언키도 했다. 강 회장은 △대기업 진입으로 인한 규제 해소 △대기업 위주의 왜곡된 기업생태계 전환 △글로벌 수준의 중견기업 친화적 기업 생태계 구축 △과잉입법의 개정 및 폐지와 기업성장 풍토 조성 △중견기업 기반 법령 정비 △국가경제의 지속적 성장틀 마련을 건의했다.
◇ 중견련 “벤처·창업기업 육성 관심 갖겠다”
중견기업의 ‘신발 속 돌멩이’에 대한 논의가 지속된 후 박 대통령은 중견기업 회장단에 벤처·투자 활성화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강 회장은 이날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 타운 사이트를 만든다는 메시지와 중견기업이 벤처·창업기업에 신경을 써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견기업들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책임활동(CSR)부분에 관심이 있고 회원사들의 활동 내용에 대해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강 회장은 중견기업의 현황과 경제적 역할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을 4000개로 육성한다면 매출액은 373조원에서 600조원으로, 법인세는 3조9000억원에서 6조3000억원으로 증가하며 고용 규모는 82만명에서 131만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견기업 수를 현재 1422개에서 4000개로 늘릴 경우 이는 곧 매출 증대로 인한 GDP증대 기여, 세수 확보, 고용창출로 이어진다는 것.
강 회장은 “올해 중견기업의 투자계획은 1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000억원 늘어났으며, 고용계획은 11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8000명 확대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