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사장은 9월 1일부터 르노삼성의 상품 및 브랜드 기획 오퍼레이션장(상무)으로 출근한다.
현대차가 이 같이 주장하는 배경에는 안 전 사장이 르노삼성으로 옮기기 직전 현대차의 1차 부품 협력사인 쎄코에 몸을 담았기 때문이다. 쎄코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듀얼클러치 변속기(DCT)’를 조립해 납품하는 곳이다.
현대차는 2011년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벨로스터’에 DCT를 장착했다. DCT는 두 개의 클러치를 통해 수동변속기의 동력전달 효율과 자동변속기의 운전 편의성을 동시에 이룬 변속기다. 엔진의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과 함께 연비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술 흐름 중 하나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DCT를 완성차에 적용하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5월 출시한 ‘SM5 TCE’에 DCT를 장착했지만 이 변속기는 독일 업체인 게트락 제품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안 내정자의 이직으로 현대차의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 간의 기술부문 인력의 이직은 엄격히 제한돼 있지만 1차 협력사에서 경쟁 완성차 업체로 이직하는 것은 그간 사례가 없었던 만큼 특별한 제한이 없었다”며 “(르노삼성차가)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안 내정자의 이직에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르노삼성은 현대차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안 상무는 르노삼성에서 기술 부문이 아닌 상품 기획 등을 맡기 때문에 업무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초에도 현대차에서 내수·해외 영업부장을 맡았던 이성석 부장이 르노삼성 전무로 이직했다”며 “업계에서도 전문기술 쪽이 아닌 다른 부문의 이직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안 상무 내정자는 1992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자동차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그는 대우차와 GM대우에서 수출기획, 마케팅, 영업 등의 업무를 맡았다. 2008~2010년에는 크라이슬러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고 세코로 자리를 옮겨 전무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