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59) 두산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 일성으로 정부와 경제계의 소통을 강조했다.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 선결 과제라는 것.
박 회장은 지난 21일 “상공회의소의 존재 이유는 기업과 기업인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있고, 이것이 병행돼야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며 “기업인들이 먼저 솔선수범하고 사회가 이를 평가하면서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기업 지속성장의 배경에 ‘클린 컴퍼니’가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 뼈 있는 취임 일성이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우리 기업에 갖는 호감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존경받는 기업과 기업인의 부재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저성장시대 탓에 기업의 윤리경영은 당위성을 잃고 있다. 기업의 생존 문제가 오고가는 상황으로 인해 윤리와 정도경영은 조금씩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최근 전국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2013 상반기 기업호감지수’를 조사해 발표했다. 기업호감지수는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지수화한 것이다. 점수는 △국가경제 기여 △윤리경영 △생산성 △국제 경쟁력 △사회공헌 등 5대 요소와 전반적 호감도를 합산해 산정한다. 100점에 가까우면 호감도가 높고 0점에 가까우면 호감도가 낮다는 것을 뜻한다.
올 상반기 호감지수는 48.6점에 그쳐 평균(50.0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하반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하락세다.
기업에 호감이 가지 않은 이유로 국민들은 ‘윤리적 경영자세 부족(50.9%)’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책임 소홀(22.5%)’, ‘기업 간의 상생협력 부족(18.3%)’, ‘고용창출 노력 부족(7.8%)’ 등의 순으로 지적했다.
◇윤리와 정도경영 앞세워 다시 뛰는 재계= 기업 호감지수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재계는 총수를 중심으로 윤리와 정도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가장 선두에 선 사람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 회장이 지난 몇 년간 사내 부정 일소를 앞세우면서 재계 전반으로 윤리경영의 필요성이 빠르게 확대됐다.
삼성은 ‘정도경영’을 △인재 제일 △최고지향 △변화선도 △상생추구와 더불어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경영원칙에도 ‘법과 윤리의 준수’를 직접 명시하고 있다.
단순하게 경영원칙만 내세운 것은 아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정착하고 그룹 내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삼성 윤리경영원칙 실천위원회’도 만들었다.
지난해 말부터는 전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을 상대로 준법경영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준법경영을 지수화해 평가하고, 미흡할 경우 각 회사 CEO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얘기다. 올 2월에는 준법경영이 몸에 익지 않은 임원은 사장으로 승진할 수 없도록 임원평가도 강화했다.
현대기아차는 전 직원의 윤리경영 실천과 활동을 위해 2001년 윤리헌장을 선포했다.
정몽구 회장 역시 올 신년사를 통해 “국민의 행복과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하는 모범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투명경영 정착과 실현을 목표로 사이버감사실도 운영하고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역시 사내 부정부패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히며 ‘정도경영’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 5월 CEO 메시지를 통해 “정도경영은 LG가 글로벌 1등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행동방식”이라고 지적했다.
LG는 올 들어 임직원 대상으로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을 더욱 강화,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 조직인 정도경영 태스크포스팀 산하에 윤리사무국을 신설했다.
이렇듯 재계는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의 핵심으로 윤리준법경영을 지목하고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추구하고 있는 윤리경영과 정도경영의 현재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