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창은 23일 오후 강창희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한국 정부가 ODA(공적개발원조) 지원 약속 이행과 유엔의 평화유지활동 지원 등을 당부했다.
반 총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국회에서 입법이나 예산으로 지원해주지 않으면 정책수행이 불가능하다"며 "(한국 정부가) 2015년까지 ODA를 GNI(1인당 국민소득)의 0.25%까지 (지원하겠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했는데, 여러 예산상의 문제가 많겠지만 이미 발표한 사항에 대해서는 (약속을) 지켜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은 "유엔이 지금 평화유지 병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중 제일 필요한 분야가 여성 경찰이다. 여성 경찰은 남성 경찰보다 시민들에 대한 친근감과 접근성이 좋다"며 "국회차원에서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정치·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여성지위 향상을 위한 재정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여성가족부 등 이런 데서 신청할 때 자애로운 마음으로 도와주면 고맙겠다. 현재 기여하는 것에서 100% 정도 더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반 총장은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과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등 최근 변화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좋은 길로 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는 좋은 징조가 보여서 반갑게 생각한다"며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제가 (박근혜) 대통령님께 유엔이 DMZ(비무장지대) 내 평화공원 조성이라든지 이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도 말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우리나라보다 못한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그동안 우리가 유엔의 도움을 얼마나 많이 받고 발전했나 생각할 때 유엔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면서 "한국이 조금 나아졌으니 어려운 처지의 나라들을 열심히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는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이군현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김숙 유엔대사 등이 함께했다.